어느 날 내 아버지도 태교 했을까 궁금했다. 어머니에게 “아빠도 태교 했어?” 물었다. 어머니는 "아빠가 네가 태어나고 얼마나 좋아했었다고." 포대기로 업고 동네방네 다녔다고 했다. 평소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으로는 상상이 안 갔다. 솔직히 아버지에게 “저 낳고 기분이 어땠어요?”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아마도 분만실에서 첫째를 품에 안을 때 느꼈던 감정이지 않았을까. 아빠라는 생각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을 것이다. 남자 체면에 요즘처럼 아내의 불러오는 배에 대고 책 읽어주거나 마사지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은 같았으리라. 나도 그랬으니.
육아 책을 읽으면서 태교의 중요성을 알았다. 태교는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아이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임신 기간 동안 태아의 발달에 따라 태교를 다르게 해야 한다. 임신 초기에는 급격한 호르몬 변화가 생기고 태아의 뇌가 발달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가장 위험한 시기이기도 하다. 가장 예민한 시기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아내를 배려하는 것이 최고의 태교다. 임신 중기에 들어서면 태아의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한다. 태아의 뇌세포의 70%가 만들어지는 시기다. 또한 임신 5개월이 되면 태아의 청각이 발달해 들을 수 있다. 음악 태교 하는 이유다. 클래식을 들으라는 것이 아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편안하게 쉴 수 있으면 충분하다. 이때부터 아내 배에 대고 말을 자주 걸어주면 좋다. 임신 후기는 안정기에 들어선다. 가벼운 산책을 하며 좋은 공기를 마셔라. 재잘재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매일 잠들기 전, 배에 대고 기도하자. 부디, 건강하게만 태어나다오. 아이 맞이할 마음가짐을 준비하는 것이다.
태교는 임산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온 가족이 똘똘 뭉쳐 아이를 맞이할수록 탄생의 기쁨은 배가 된다. 내 아버지의 유별난 손주 태교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시아버지 태교 덕을 봤다. 아버지는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려면 영양가 있는 음식과 신선한 과일을 먹어야 한다”라며 시장에 가서 손수 바나나, 토마토, 오렌지 갖가지 과일을 골라 사다 주었다. 고등어, 갈치 싱싱한 생선과 한우를 조달하며 배불러 오는 아내의 몸을 지극정성 챙겼다. 그뿐인가 혹여나 몸에 해로울까 봐 음식을 가려서 먹으라고 했다. 한 번은 아내가 좋아하는 팥죽을 먹였다가 “임산부가 왜 팥을 먹었냐며” 어찌나 다그치시던지 혼쭐났다.
보통 아내는 요가와 명상으로 마음을 챙기고, 바느질 수업을 들으며 배냇저고리와 손 싸개, 애착 인형을 만든다. 꽃꽂이하며 기분 전환하기도 하며 편안하게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하지만 아내는 일찍이 조산 증상이 있어 다른 임산부처럼 태교 할 수 없었다.
아내 몫까지 태교 하려고 노력했다. 수시로 아내 배를 쓰다듬어 주었다. 마사지는 아이의 두뇌 발달은 물론 아내의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실 산모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좋을 게 없다. 산모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 배 속에 있을 때 아이의 두뇌 발달을 키우는 중요한 시기라고 해서 수다쟁이 아빠가 되었다. 목소리를 자주 들려주었다. 태명을 불러주고 일상적인 대화를 시도했다. 그날 날씨나 느낌, 감정, 생각을 들려주었다. 자장가를 불러주고 매일 밤 감사 기도를 했다. 잠들기 전 책 읽기를 추천한다. 다시 말하지만, 아빠 태교는 별다를 게 없다. 무엇보다 아내의 마음을 챙기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최고의 태교이다.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배려하자. 아내의 마음가짐이 곧 아이의 마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