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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웃겨야 산다

by hohoi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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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는 언제 가장 슬퍼?"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가는 길, 아들에게 물어봤다.


"음..."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더니 한치의 망설임 없이 아들은 대답했다.


"아빠가 혼낼 때..."


아들의 대답에 덜컹 가슴이 내려앉았다. 말끝을 흐리는 아들에게서 슬픈 감정이 묻어 나왔다. 돌이켜보니 요즘 아들을 많이 혼내긴 혼냈다. 뜻밖의 아들 말에 어떻게 대화를 이어갈지 몰랐다. 잠깐 침묵이 흐른 사이 많은 생각이 오갔다. 아들의 상한 마음을 어루만져줄 겨를도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수 없는, 나름의 이유 기 바빴다. 아들과 나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의 존재를 그때까지 미처 몰랐다.


"유호는 아빠가 혼낼 때 슬프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의 감정을 다독이는 것뿐이었다. 우선 아이의 상한 마음을 공감해주었다. 아이의 말을 그대로 반영해주었더니 아들의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듯 보였다.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아들에게.


나의 속상함도 이야기해줬다. "아빠도 유호를 혼낼 때 속상해!" 아들이 나의 마음도 알아줬으면 했다. 사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면 나의 말은 감정 조절 못한 아빠의 변명과 핑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아이의 감정만 받아줄 순 없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누군가는 힘들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했다.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싶었다. 상대의 기분,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제 멋대로인 아이로 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요즘 부쩍 아들의 짜증이 늘었다.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우는 소리부터 낸다. 보채고 버티기도 한다.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한다. 본격적으로 힘겨루기가 시작된 네 살이다. 가장 참기 힘든 순간은 눈치 살살 살피며 일부러 하는 행동이다. 그 꼴을 보려니 속이 타들어간다.


내가 우는 소리, 보채고 칭얼거리는 소리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해 나의 의도와 기대에 벗어난 어떤 행동을 보면 화가 난다. 아들의 태도가 그렇다. "감정 조절 못하는 아이는 없다, 단지 감정 조절 못하는 부모가 있을 뿐." 이 말처럼 어쩌면 문제는 아들이 아닌 내가 아닐까.


아들에게 무서운 아빠는 되기 싫다. 나처럼. 어린 시절 아버지를 떠올리면 무서운,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했다. 내가 클수록 그 감정도 점점 커갔다. 그 감정은 아버지와 관계 맺는 것을 방해했다.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관계 맺기를 회피했던 내면 아이. 미해결 된 그 감정은 여전히 고스란히 남아 아버지와의 관계를 방해한다.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관계다.


다시 아들의 꼴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를 되찾아야겠다. 네 살밖에 안된 아이가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징징거리고 떼쓰는 것은 당연한 것을, 눈에 뻔히 보이는 속이는 말로 눈치를 살살 보여 속을 뒤집는 것도 당연한 것을, 어쩌면 그런 상황과 환경을 조장하고 만든 잘못된 양육 태도도 한몫 거들었음을 인정한다. 전지적 시점에서 아이를 바라볼 순 없을까. 어쨌든 아들에게 무서운 아빠는 아니고 싶다.


틱낫한은 “즐거워서 웃는 때가 있지만, 웃기 때문에 즐거워지는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웃음은 행복을 불러일으키고 부정적인 감정을 몰아낸다. 지금 웃을 기분이 아니어도 억지로 웃다 보면 즐거운 마음이 드는 것처럼 웃음은 행복을 부르는 마법과도 같다.


아이를 웃겨라. 아이를 즐겁게 해 줘라. 좋은 아빠는 아이들 앞에서 광대가 되는 것이다.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유머 감각을 키워야 한다. 아이에게 웃음을 불러일으켜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해주자. 아빠 체면이 뭐가 되겠나 뻣뻣하게 구는 무뚝뚝한 아빠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없다.


책을 읽어 줄 때도 평범함을 거부하자. 어느 날「넘어졌다 넘어졌다」 토들 피카소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줬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그림책. 하마, 악어, 코끼리, 돼지, 고양이가 차례로 길을 가다가 넘어지는 내용이다. 마지막 장은 둘째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두 살로 보이는 아기가 넘어진다. 동물 친구들이 넘어진 아이를 빙 둘러 모여 "울지 마! 울지 마!" 아이를 달랜다. 또박또박 읽을 필요 없다. 구연동화하듯 과장되게 읽고 상황에 따라 억양을 달리 읽으면 된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책을 읽어야 집중한다. 동물들이 차례로 넘어질 때마다 과장된 몸짓으로 넘어졌다. 두 아들은 ‘아이고, 아이고’ 앓는 소리가 재밌다고 자지러졌다. 몸을 내던졌더니 깔깔 웃었다.


지코 [아무 노래] 챌린지가 열풍이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대중까지 이어진 챌린지 반응이 뜨거웠다. 해시태그의 파급효과의 놀라움을 경험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통해 챌린지 영상이 빠르게 퍼져갔다. [아무 노래]의 반응이 뜨거웠다.


어느 날부터 아내는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노래는 어깨를 들썩들썩하게 했다. 흥이 나고 위트 있는 단순한 동작에 중독성까지 있는 노래였다. 아내는 자기 친구네 부부도 [아무 노래] 챌린지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며 영상을 보여줬다. 아무래도 부러워하는 눈치다.


첫째 아들과 함께 [아무 노래] 챌린지를 도전했다. 아들과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 아들이 신났는지 영상에 집중했고 서툰 몸동작이었지만 춤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웃으며 영상을 찍기 바빴다. 나는 아들과 춤 삼매경에 빠졌다. 그날 자지러지며 깔깔 웃느라 정신없었다. "엄마는 주황색, 아빠는 파란색, 나는 초록색 옷 입고 내일도 연습하자."라고 하던 아들의 말이 기억난다. 지금도 춤을 추며 신나 하던 아들 모습이 생생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첫째 영상을 보면 자지러진다. 뭐니 뭐니 해도 찐아빠 육아는 아이를 웃게 하는 것이다. 찐아빠를 위해 아이들과 웃을 일을 많이 만들자. 광대가 되어보라. 아빠들이여! 텐션 끌어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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