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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Apr 01. 2024

마흔이 걷는다

오랜만에 하이힐을 신었다

못났게도 휘어버린 발가락
옹이가 박혀 걸을 때마다 각거리는 탓에
여기까지 오는데도 한참
겨우 스무살에 도착했다


그것은 수평선

처음도 끝도 아닌 경계
파도가 반란을 꿈꾸고
바람이 시작되고

하얀 외침이 메아리 되는 곳
아팠고 우뚝 서기 위해 올랐던
그 시절의 언덕은 나를 단단하게 했지만
비뚤어지고 고집스러워진 나의 이유


바람에도 베일 것 같은 여렸던 시절
요동치는 심장이 낯설어

숨기려 술을 마시문득
한 잔에 붉어진 이유일까
무뎌지고 배배 꼬인 발가락이 속상해일까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시간의 흔적을 달래
아파 우는 시간은 사치스럽다며
비좁게 고집스럽게 걸었던 길로
발을 구겨 넣는다


마흔이 걷는
여전히 피로할 것이고 굳은 살은 더 두꺼워질 것이다
바다가 허락한다면
처음 하이힐을 신고 나란히 걸었던
유난히도 뒤뚱거리던 스무살을
다시 한번 걷고 싶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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