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하이힐을 신었다
못났게도 휘어버린 발가락
옹이가 박혀 걸을 때마다 째각거리는 탓에
여기까지 오는데도 한참
겨우 스무살에 도착했다
그것은 수평선
처음도 끝도 아닌 경계
파도가 반란을 꿈꾸고
바람이 시작되고
하얀 외침이 메아리 되는 곳
아팠고 우뚝 서기 위해 올랐던
그 시절의 언덕은 나를 단단하게 했지만
비뚤어지고 고집스러워진 나의 이유
바람에도 베일 것 같은 여렸던 시절
요동치는 심장이 낯설어
숨기려 술을 마시다 문득
한 잔에 붉어진 이유일까
무뎌지고 배배 꼬인 발가락이 속상해일까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시간의 흔적을 달래다
아파 우는 시간은 사치스럽다며
비좁게 고집스럽게 걸었던 길로
발을 구겨 넣는다
마흔이 걷는다
여전히 피로할 것이고 굳은 살은 더 두꺼워질 것이다
바다가 허락한다면
처음 하이힐을 신고 나란히 걸었던
유난히도 뒤뚱거리던 스무살을
다시 한번 걷고 싶다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