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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Nov 10. 2024

휴지 하나 주워 버리면서

기견문자(基見聞者) 무불몽익(無不蒙益)

#20241110 #휴지 #쓰레기 #아름다운사람은머문자리도아름답다


 조금 전에 버거킹을 다녀왔다.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려고 둘러보는데 바로 앞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길래 별생각 없이 주워서 갖다 버렸다. 버리러 가는 길에 쓰레기통 바로 앞에 또 하나 보이길래 그것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의자가 좀 들쑥날쑥해 보였지만 정리할까 하다가 말았다.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가 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받고 나오려는데, (원래 그러는 건진 모르겠지만) 여유가 있었는지 어쨌는지 매니저가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하더니 메뉴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해 주었다. 고맙다고 하고 받고 나왔다. 여유가 있었다면 의자도 정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래도 내가 지나온 길은 좀 더 깔끔해져 있는 거 같아서 길이 깨끗해진 만큼 내 기분도 좋았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또 (내가 보살은 아니지만)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 불국품(佛國品)에는 ‘기견문자(基見聞者) 무불몽익(無不蒙益)**’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보살을 보고 듣는 이 가운데는 은혜를 입지 않은 자가 아무도 없었다는 말이 이런 뜻일까 싶었다. 


 ‘기견문자 무불몽익’의 다음 문구는 ‘제유소작(諸有所作) 역불당연(亦不唐捐)’인데, ‘그 모든 행해야 할 일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니’라는 뜻이다. 사실 보살이라면 아까 같은 상황에서 의자는 물론 정리하고 더 할 게 없는지 찾을지도 모른다. 보살은 중생에게 이익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테니까. 보살의 모든 행해야 할 일은 궁극적으로는 부처님이 하시려는 중생구제가 아닐까? 중생구제를 위해서 힘쓰고 또 그걸 위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게 보살의 삶의 태도가 아닐까 싶었다. 



*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조선일보, [아침 편지]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캠페인 20년,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상임대표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2/2017062203511.html 


**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 불국품(佛國品). https://kabc.dongguk.edu/content/view?dataId=ABC_IT_K0119_T_001&gisaNum=0008T&solrQ=query%24%EA%B8%B0%EA%B2%AC%EB%AC%B8%EC%9E%90+%EB%AC%B4%EB%B6%88%EB%AA%BD%EC%9D%B5%3Bsolr_sortField%24%3Bsolr_sortOrder%24%3Bsolr_secId%24ABC_IT_GT%3Bsolr_toalCount%242%3Bsolr_curPos%241%3Bsolr_solrId%24ABC_IT_K0119_T_001_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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