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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킴 Sep 10. 2019

집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오스트리안 디너

슈니첼에 스프리처를 곁들인 Arnie 아저씨의 식탁을 소개합니다

유럽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우리에게 슈니첼(Schnitzel)은 아직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자주 먹는 돈가스의 원형인데 말이죠. 돈가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이 있는 슈니첼은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조리법도 간단합니다.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하다 보니 연비도 좋고, 고기를 잘 두들길 수 있는 튼실한 팔뚝만 있으면 누구든지 만들 수 있어요. 따끈하게 튀긴 슈니첼에 사워크림으로 버무린 오이 샐러드스프리처(Spritzer)라는 와인 음료를 곁들이면 이국적인 디너가 완성됨을 알려드립니다. 일명 오스트리안 디너가 되는 겁니다.


레몬을 곁들여 먹는 오스트리아식 슈니첼


오스트리아와 독일 슈니첼의 차이


독일과 오스트리아 슈니첼의 차이점은 소스가 있고 없음이라 하겠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레몬즙만 뿌려먹는 것과 달리 독일식 슈니첼은 소스를 얹어 먹습니다. 돈가스에 그래비를 뿌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어요. 이를 예거 슈니첼(Jäger Schnitzel)이라고 합니다.


소스를 얹은 독일식 슈니첼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슈니첼은 송아지 고기로 만든 비너 슈니첼(Wiener Schnitzel)입니다. 송아지 고기를 사용했을 경우, 비너 슈니첼이라 명시해줘야 합니다. 그 이유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유래된 음식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법적으로 못 박아 버렸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사실 이 음식은 이탈리아의 송아지 고기 요리인 빌 스켈로피니(Veal Scallopini)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슈니첼이 일본에서 돈가스로 변형됐듯이, 이태리의 빌 스켈로피니가 비엔나로 넘어가 비너 슈니첼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된 것이죠. 그래서인지 마켙에서 파는(캐나다의 경우) 얇게 저민 송아지 고기엔 '스켈로피니용'이라고 적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조는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


여담으로.... 저는 과거 비너 슈니첼을 만들곤 했지만 이젠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사용합니다. 어느 날 고기 패키지에 쓰인 '모유만 먹인 송아지'라는 설명을 보고는 요리할 맘이 생기질 않더군요.


아니(Arnie)에게 배운 추억의 슈니첼과 스프리처


제 인생 최초의 슈니첼은 오스트리아 아저씨가 바로 우리 가족 앞에서 만들고 튀겨서 서빙해준 것이었습니다. 그때 슈니첼을 만들어준 아니(Arnie)는 아들 친구의 아빠였는데, 오스트리아인으로서의 자긍심이 대단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세 살 때 고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민 왔지만 자기는 북미인이 아니라 했고, 슈니첼도 오스트리아의 비너 슈니첼(Wiener Schnitzel)만을 고집했습니다. 또, 슈니첼에 소스를 얹는 것은 독일에서나 하는 짓이고, 레몬즙만 살짝 뿌려야 고기 자체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며, 오스트리안 슈니첼의 우월함에 대해 역설하곤 했어요. 슈니첼을 만들 때마다 국뽕에 젖곤 했던 아니는 엄청난 양을 만들었는데, 저녁을 실컷 먹고 싸온 슈니첼로 다음날 샌드위치를 만들곤 하던 생각이 나네요.


레몬과 라임을 곁들인 스프리처


슈니첼과 더불어 아니에게 배운 스프리처(spritzer)를 소개할게요. 거창한 이름과 달리 만드는 방법이 쉬우니 꼭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레시피는 화이트 와인에 탄산음료를 섞어 얼음을 띄우는 게 다입니다. 레몬을 띄워도 좋고요. 탄산음료는 사이다, 진저 엘 등을 사용할 수도 있고, 단 맛이 싫으면 탄산수를 섞으면 됩니다. 알코올이 희석되다 보니 아니가 부엌 한구석에 스프리처를 놓고 목을 축여가며 슈니첼을 튀기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글을 쓰다 보니, 아니의 넉넉한 인심에 먹고, 웃고, 떠들던 식탁이 몹시 그리워집니다. 이제 아이들은 모두 성장해서 둥지를 떠났고, 혹시 고기 조각이 떨어지진 않을까 목을 빼고 있던 두 집의 강아지가 모두 무지개다리를 건너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슬프게도 아니 또한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돼버렸습니다.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십 년이 다 돼가네요.


우리 부부는 슈니첼을 만들 때마다 그를 추억합니다. 아이들이 떠나고 우리 둘만 남은 부엌에서, 남편은 고기를 두들기고 저는 밀가루와 달걀물을 입히며 아니가 베푼 넉넉한 인심과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지요. 어쩌면 아니는 멀디 먼 곳에서 우리 부부가 만든 슈니첼을 내려다보며, 뿌듯해하고 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슈니첼과 스프리처


재료

-슈니첼과 오이 샐러드

돈가스용 돼지고기               1인분에 두 쪽 정도                                         

오이        1인분에 1개 정도

레몬                                         1인 분에 1/6개                                                      

밀가루, 달걀, 빵가루, 소금, 후추

케이얀 페퍼(Cayenne Papper 또는 고추장용 고춧가루)                                      

딜(dill)

사워크림(Sour Cream)

-스프리처

화이트 와인, 얼음, 탄산음료 또는 탄산수, 레몬


만드는 법

1. 돈가스용 고기를 최대한 얇게 썰어옵니다. 정육점에서 눌러 오지 마시고, 고기 두들기는 망치로 살살 펴주셔야 합니다. 심하게 두들기면 고기 육즙이 빠져나갑니다. 살~ 살~ 두들기세요.



2. 고기와 밀가루, 달걀을 소금과 후추, 케이얀 페퍼로 간을 합니다. 케이얀 페퍼는 약간 매콤하게 하기 위한 저

만의 방법이니 소금과 후추만 사용하셔도 됩니다. 케이얀 페퍼는 우리나라의 고운 고춧가루로 대체 가능해요.



3. 만드는 방법은 돈가스와 동일합니다. 단, 빵가루가 한국 빵가루와 달라서 약간 설명합니다. 이곳의 빵가루는 입자가 매우 곱고 단지 빵가루를 갈아놓은 게 아니라, 콩가루, 보리가루, 이스트, 탈지유 등, 아주 많은 재료가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빵가루와는 맛과 식감이 달라요. 그렇지만 일반 빵가루를 곱게 갈아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4. 사진에서 처럼 기름에 지지듯이 튀기세요. 기름을 많이 넣고 튀기는 것이 아니니, 불 조절에 신경 써주시고요. 일반 튀김보다 온도를 좀 낮추세요.



5. 오이를 최대한 얇게 썰어 사워크림, 소금, 후추, 딜을 넣고 버무리세요. 구하기 힘들면 딜을 빼도 상관없습니다. 원하시면 얇게 저민 양파를 추가해도 좋습니다.



6. 화이트 와인에 탄산음료(또는 탄산수)를 섞어 스프리처를 만들어 음식과 함께 서빙합니다. 이때 얼음이나 레몬을 추가해도 좋습니다.


*마마 킴의 요리 꿀팁

슈니첼은 스패츌레(Spätzle)라는 오스트리안 누들과 함께 먹지만, 이것을 만들려면 특별한 도구가 있어야 하기에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감자나 빵을 곁들이면 손색없는 디너가 될 거예요. 스패츌레는 달걀과 밀가루로 반죽해 끓는 물에 데쳐낸 뒤, 버터에 볶은 짤통하게 생긴 국수입니다.


제가 만든 스패츌레를 공개합니다. 솔직히 맛은 밋밋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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