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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Jan 21. 2021

물기 어린 눈

물기 어린 눈

                                              김한빈




우산 없이 비를 맞아 본 사람은 알지

눈이 먼저 빗물에 젖는 걸

슬픔이 눈으로 솟아오르는 걸.


무릎을 꿇은 권투 선수는 알지

다리가 풀리기 전에  눈이 앞을 볼 수 없는 걸

아픔이 눈으로 솟아오르는 걸.


피아노 건반을 밟듯이

층계를 한 음 한 음 내려가 본 사람은 알지

낙타의 커다란 눈이 사막이 숨긴 슬픔이란 걸.


눈부터 나이를 먹고

마음보다 눈이 먼저 늙는다.


비를 맞아 본 적도

무릎을 꿇어 본 적도

층계를 내려가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도 물기 어린 아침 해처럼 싱싱한 눈을 떠 볼까요?




<오륙도문학>  2020년 12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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