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iya Jun 27. 2018

네 잎 클로버를 찾다

  살다 보면 무언가에 매달리고 싶은 때가 있다. 

그것이 한갓 부질없는 짓일지라도 어느 정도의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도무지 마음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허허 로이 떠다니는 날이면 일찌감치 책상을 물러나 가벼운 산보라도 하며 마음을 달래 보아야 하는 날이 그런 날인 것 같다.

 

  동네 한 바퀴를 작정하고 나선 발걸음은 어느새 뒷산을 오르고 있었다. 한껏 물을 머금은 이파리들과 다람쥐들 온갖 새들의 일에 참견하느라 하염없이 늘어진 발걸음처럼 마음 또한 축 늘어졌다. 가령 새싹이 돋은 것을 보더라도 기분이 좋을 때는 ‘어머나 예뻐라. 아기처럼 색깔도 정말 청초하다’라고 하겠지만 이런 날엔 ‘너도 삶의 굴레를 못 벗어나고 또 한해를 살아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다람쥐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귀엽다는 생각보다는 “야 너들도 참 힘들겠다. 지금은 봄이라 먹을 것도 많고 세상이 좋아 보이지? 비바람이 몰아치고 먹을 것이 없을 때가 되면 어떡할래? 삶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란다.” 

분주히 오르내리는 그들을 보며 옆에 쭈그려 앉아 참견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라. 살짝 맛이 간 느낌이 들지도 모르지만 누구라도 이런 경험을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거라 생각한다. 어쩌겠는가. 하염없이 처지는 이 마음을 이런 미물들에게서라도 위로받고 싶고 공유하고 싶은 바람인 것을.


  산언저리쯤 내려왔을 때 제법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토끼풀이 있었다.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면서 네 잎 클로버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입사시험을 앞둔 아들 것을 찾자, 로 시작한 행운 찾기는 두 눈을 부릅뜨고 샅샅이 뒤졌지만 쉬운 게 아니었다. 어라? 이게 장난이 아니네. 시작은 장난이었을 진정, 찾지 못하면 꼭 아들이 시험에서 떨어질 불행이 올 것처럼 승부욕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꼭 찾아서 무난히 합격하도록 행운을 주고 싶다는 바람이 활활 타올랐다. 그날 나는 3시간을 들여 아들 것은 물론이고 딸 것도 남편 것도 소중히 모아 쥐고 돌아왔다. 은근과 끈기로 뭉친 대한의 딸 다웠다. 물론 축 처졌던 마음도 말끔히 날아 가버렸다.


  그러한 감정의 변화가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고 꾹꾹 눌러두었던  치사하고 내밀한 이야기들을 기꺼이 공감해준 까마귀와 다람쥐들의 덕(가끔씩 깍깍, 찍찍 소리를 내어 내 편이 되어줌)인지, 네 잎 클로버의 행운인지는 모르겠지만 잔뜩 흥분해서 식구들에게 하나씩 건네는 내 마음은 정말로 행복했다. 마치 그것으로 인해 안 될 것도 되게 할 것 같은 확신과 뭔가를 해 주고 있다는 자부심이 가득한 그런 마음이었다. 


  그런 짓이야말로 부질없는 세속적 집착과 욕망이라 한들 어떠하겠는가.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니 자연 속에서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게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단지 풀잎 하나로도 내게  이러한 행복감이 올 수 있는데 나의 이 충만함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하는데 일조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세월은 흘러가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