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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제니 Apr 24. 2023

온라인으로 농수산물 정말 안팔리네요

경기가 안좋은가봐요

내가 참여하는 소상공인, 온라인유통 사장님들 단톡방이 5개 정도 된다.


어떤 단톡에서는 정말 거상이라고 불릴 만한 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광고효율과 수입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경우도 있고, 어떤 단톡은 초보들만 모여서 매출 얘기는 거의 없고 서로 찜해주고 스토어 방문 한번씩 해주는 것이 큰 일과인 방도 있다.


초보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농수산물 위탁판매를 하시는 초보셀러분이


'농수산물쪽은 왜 이렇게 안될까요 ㅠㅠ 다른 제품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입니다'


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 내 머리속에 수만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농수산물이 온라인으로 얼마나 잘팔리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매일같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그런데 농수산물 위탁 셀러 역시 매일같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농수산물이 온라인으로 안팔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못파는 것이다. 내가.


그렇다면 나는 그렇게 큰 시장인 농수산물 온라인 시장에서 왜 못팔까?

인터넷 직거래로 인생 2막을 펼친다는 농민들이 그렇게 많고,

위탁판매로 빅파워 스토어를 만드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데?



한가지씩 차근차근 짚어보자.


1. 농수산물은 원래 인터넷으로 사는 상품인가?

 -> 아니오. 전통적으로 직접 보고 신선한 제품을 골라서 사는 오프라인 마켓형 제품이다.


2. 그런데 왜 농수산물을 인티넷으로 사는가?

 -> 직거래 방식이 더 저렴하니까

 -> 직거래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이 마트보다 더 싸니까

 -> 장볼 시간이 없으니까

 -> 맛있다고 소문난 특정 지역의 특산물을 신선하게 바로 배송받을 수 있으니까


3. 그렇다면 모든 농수산물 쇼핑을 온라인으로 대체할 의사가 있는가?

 -> 아니오.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산다.

 -> 예. 시간이 전혀 없어서 오프라인에서 살 수 없다.


여기서 타겟그룹이 하나 발견되었다.

시간이 없어서 오프라인에서 장볼 수 없는 워킹맘들은 99% 온라인 장보기에 의존한다.

워킹맘들은 농수산물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도 가격비교해가며 살 시간이 없다.

가격민감도가 떨어진다.

다만 워킹맘그룹은 주문편의, 배달편의에 목숨을 건다.

마켓컬리/쿠팡/지마켓 스마일배송 등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산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온라인 마켓을 이용하는 워킹맘들에게

내 작은 스토어의 농수산물을 단 한번이라도 판매한다는 것은

워킹맘들 입장에서는 고정거래처를 변경하는 수준의 지진을 유발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

워킹맘들은 시간이 없어서 일반적인 온라인 상에 발생되는 광고나 바이럴 컨텐츠를 볼 시간이 없다.

이들에게는 온라인 광고의 도달이 거의 잘 안된다.

이들에게는 역설적으로 주변지인의 추천이나 소개가 상당히 강력한 매체가 된다.

보통 같은 직장의 워킹맘들 그룹이 강력한 준거집단이 된다.

그러니 워킹맘들에게 농수산물을 팔기 위해서 온라인 상에 광고비를 아무리 뿌려봤자 도달이 안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4. 온라인에서 농수산물을 사면서 오프라인에서도 사는 사람들에게 내 제품을 팔 수 있을까?

 -> 이 사람들의 생태와 습성을 먼저 연구해야 한다.


마켓컬리/쿠팡/지마켓 스마일배송이 아니면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개인쇼핑몰로 농수산물을 엄청 잘파는 사람들은 어떤 비결을 가진 것일까?


개인스토어로 농수산물을 잘 팔려면

그 스토어의 고객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온라인으로 농수산물을 구매하는 일은 다음의 조건이 따른다.

1) 박스단위 대량 구매

2) 배달 시 변질이나 파손 발생 시, 그로인한 교환반품 과정 감수

3) 산지직송 or 특별한 맛집 or 특정 산지의 소문난 식자재


구매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3번은 누군가 정보를 줘야만 알 수 있는 정보다. 일반적인 키워드 광고를 보고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2번은 워킹맘이 가장 꺼려하는 부분이다. 즉, 2번의 과정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은 일단 자연인일 확률, 시간이 많은 파트타임 워킹맘일 확률이 높다.

1번의 케이스는 식구 수가 많거나, 식구들이 먹깨비라 식량이 금방 떨어지거나, 같이 나눠 먹는 팀이 형성되어 있거나, 친정 식구나 시댁과 일상적으로 구매한 것을 나누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있는 경우다.

아니면 얼려뒀다 먹을 수 있는 냉동성 식품인 경우가 이에 해야된다. 그러므로 한우는 빠진다.


1,2,3을 종합해보면 온라인으로 이것저것 검색을 할 시간적 여유가 있고

교환반품의 과정을 감수할 수 있으면서 마켓컬리/쿠팡/지마켓을 벗어난 새로운 식자재 거래처를 찾아낼 에너지와 시간이 있고, 구매한 식자재들을 적당히 나눠쓸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사람들.


전업주부그룹이다.


그렇다면 전업주부 그룹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내 작은 스토어에서 농수산물을 판매할 수 있다.


1) 정말 가격이 싸야 된다

2) 후기가 좋아야 한다

3) 전업주부가 잘 보는 온라인 길목에 내 제품의 노출이 되어 있어야 된다.


전업주부는 인터넷에서 가격비교에 매우 능한 그룹이다.

결제완료된 상품이라도 하루 내에 다른 더 싼 제품이 발견되면 가차없이 주문취소를 한다.

가격민감도가 상당히 높은 그룹이다.

원래 안그러던 사람들도 전업주부가 되면 가격민감도가 상승한다.

소비를 통해 존재감을 인정받고, 소비를 통해 경제활동을 하고, 절약 소비를 통해 가정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롤을 수행하는 집단이라서 그렇다.


그리고 워킹맘에 비해 시간이 여유있다.

제품에 대해 정보를 직접 서칭하고 분석하고 파악할 여력이 있는 집단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 뒷 과정은 적지 않겠다.

각자 해결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힌트를 하나 드리자면 맘카페 활용이다.

맘카페에서 일반 공산품이나 생활제품들은 체험단이나 광고, 공구를 해도 효과가 별로 없는 경우가 많은 반면 식품류는 먹힌다.

어차피 네이버 키워드 광고비를 어느정도 지출할 의사가 있는 판매자라면 맘카페에 그만큼의 광고비를 지출해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5. 전업맘 그룹은 좋은 스토어를 발견하면 고정거래처화하면 될텐데 왜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살까?

-> 식품은 원래 오프라인에서 사는 것이 국룰이다. 온라인은 가끔씩 별미삼아 이용하는 것이지,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식품을 계속 배달 받아 먹는 것은 아무래도 좀 꺼려질뿐만 아니라 늘 같은 음식을 먹으면 질리는 문제도 있다. 때문에 전업주부 그룹을 농수산물 스토어의 단골충성고객화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에겐 언제나 오프라인 마트라는 더 강력한 선택지가 있다.


워킹맘들은 마켓컬리/쿠팡/지마켓 스마일배송을 벗어나면 절대 농수산물을 사지 않을까?

아니다. 그녀들도 일반 스토어에서 구매한다. 그것도 고정적으로.

친구나 가족 지인들이 추천해준 스토어가 있다면 그곳에서 산다.

다만 본인이 그런 스토어들을 전투적으로 알아보지 않는 것일 뿐.

하지만 일반적인 온라인 식품 판매방식인 '대량구매' 방식이 그녀들에게 버거울 것이라 확신한다.

고기류야 냉동시키면 된다 치지만 야채류를 인터넷 구매 방식으로 사면 절반은 버릴것이다.

이런 부분들은 판매자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일주일치 야채들을 종류별로 소분해서 세트상품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추천드린다.

이 세트 상품은 only 워킹맘을 위한 구성이다.

백반집처럼 그때그때 신선야채 제철야채들을 고정가격에 세트구성하여 정기배송하는 방식도 추천드려볼만 하다.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배송차가 은근 자주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그곳에서는 3-4일치 먹을 야채들을 종류별로 골라서 당일배송시킬 수 있다.

워킹맘 입장에선 마켓컬리가 아니더라도 꽤 괜찮은 선택지다.


산지직송 박스떼기 방식의 온라인 판매는 나눠먹을 그룹이 형성된 사람들이 아니면 구매하기 버겁다는 사실을 반드시 숙지하면 좋을 것이다.






글을 써놓고 퇴고를 하다보니

글 서두에서 말만 꺼내놓고 마무리를 안한 내용이 있다.

온라인에서 농수산물 왜 이렇게 안팔리냐고 하소연 하셨던 분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1. 가격이 안싸다

2. 노출이 여러 사람 눈에 띌만큼 안됐다.


보통 온라인에서 위탁으로 시작하시는 분들 특징이 유튜브 강의같은것을 많이 보시고

내 돈 안들이고 무자본으로 위탁으로 팔 수 있다는 말만 믿고 뛰어드시는 경우가 많다.

그분들 대다수가 '인터넷에서 할인가격으로만 팔리는거 아니다. 정가로도 많이 팔린다'는 말만 믿고 일명 '얻어걸리기' 작전으로 스토어를 정가로만 꾸며놓으시는 경우가 많은데, 

온라인에서/작은스토어에서/정가로 팔면서/이렇다할 광고도 안한다면/누군가에 의한 공짜노출기회도 없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살 이유가 없다.


워킹맘들에겐 도달이 안되서 못팔것이고

전업주부들에겐 매리트가 없어서 못팔것이다.



광고를 열심히 해보시거나 (특별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지 않는 한 광고비 소진만 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을 혹할만큼 내려보시는 방법을 추천드린다.(그런데 위탁셀러에게 가격할인은 여러가지 이유에 의해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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