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예인 인터뷰 슈퍼주니어, 내적친밀감이 쌓였다

by mulgae

연예부 기자라고 하면 연예인들과 깊은 속내를 나누는 친구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수혜를 크게 누리지 못했다.


2004년 5대 스포츠지(굿데이,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스포츠투데이, 일간스포츠)가 신생포털사이트 파란에 콘텐츠 독점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온라인 연예매체의 시대가 열렸다. 미디어사업이 신고제로 바뀌면서 약간의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매체를 만드는 시대였다. 연예매체는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매체로 꼽혔다.


막내 시절까지만 해도 연예인들이 회사로 들어와 인터뷰를 하곤 했다. 2010년대 들어 연예매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라운드 인터뷰의 개념이 생겼다. 비교적 기자들과 친분을 돈독히 쌓았던 가수들도 미디어 쇼케이스로 데뷔 무대를 갈음했다. 개중에 눈썰미가 좋은 가수나 배우는 자주 보는 기자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고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했지만 가수와 연예인이 친해지기 요원한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속내를 나누거나, 내적 친밀감이 생기는 연예인들이 있다. 슈퍼주니어가 그중 하나다.




슈퍼주니어는 첫 연예매체에서 처음으로 인터뷰한 가수다. 지금이야 다인원 그룹이 흔하지만 그때 13인조 다인조 그룹은 슈퍼주니어가 처음이었다. 워낙 인원이 많다보니 한두명 빠져도 누가 안 온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았다. 리더 이특이나 비주얼 멤버 김희철, 최시원, 남다른 몸매의 신동과 예능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강인 정도만 기억할 따름이었다. (심지어 김희철은 촬영 때문에 안옴)


회사에서는 인원이 많다며 기자 2명을 인터뷰에 배치했다. 인터뷰는 주로 이특이 다 했지만 워낙 끼가 넘치는 멤버들이다보니 인터뷰 내내 기가 쪽 빨려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에 남지 않았다. 이미 노련해질대로 노련한 멤버들은 두 신입기자가 어버버하게 자신들을 인터뷰하는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듯 했다.



그렇게 진땀을 빼며 인터뷰를 마친 뒤 잠시 슈퍼주니어를 머리 속에서 지운 상태였다. 어느 날 MBC 마와리를 돌며 여의도 본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당시 라디오 ‘친한친구’의 DJ였던 강인이 술냄새를 잔뜩 풍기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눈이 반쯤 풀린 그는 나를 보자마자 90도로 깍듯하게 인사했다. 인터뷰로 만난 기자를 알아본 것일까? 아니면 어디서 본듯한데 노트북을 들고 있으니 기자라고 생각하고 훈련받은대로 인사한 걸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사건이었다.


대낮부터 만취해 라디오를 진행하러 갔던 강인은 이후 만취 폭행 시비, 두번의 음주뺑소니 등 술과 관련된 사건에 연이어 연루돼 총 14년의 활동 기간 중 6년 반을 자숙으로 날려버렸다 2019년 팀에서 탈퇴했다. 신인시절 예능 활동으로 두각을 드러내며 팀의 인지도를 높였던 멤버였는데 안타까움이 컸다.


사실 슈퍼주니어는 무명이란 걸 거의 겪지 않은 팀이었다. 데뷔 3년차였던 2009년 ‘쏘리쏘리’의 메가 히트로 아시아 스타로 발돋움했다. ‘쏘리쏘리’는 대만에서 무려 121주 1위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고 지금도 전국민이 아는 댄스곡으로 각인됐다. 2011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Mnet MAMA시상식을 동행취재했는데 당시 슈퍼주니어를 보기 위해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넘어온 소녀팬들로 싱가포르 전역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후 본격적으로 가요를 취재해보니 슈퍼주니어가 예능때문에 상당히 저평가된 팀이라는걸 알게 됐다. 이들은 2010년 ‘슈퍼쇼3’ 때 체조경기장에 처음 입성한 것을 시작으로 15년동안 꾸준히 체조경기장을 매진시켰다. 해외 팬들의 충성도가 높아 지난해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때도 히잡을 쓴 무슬림 팬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워낙 히트곡도 많고 입담도 좋다보니 슈퍼주니어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공연이었다. 나는 기자계의 숨겨진 엘프라고 공공연하게 고백하곤 했다.


2022년, 공연사업을 하는 지인의 도움으로 운 좋게 은혁을 단독 인터뷰하게 됐다. 당시 은혁은 불과 두달 전 부친상을 당한 터였다. 나의 칠순 부친이 은혁 가족이 출연하는 KBS ‘살림남’을 즐겨 보셨기 때문에 왜 은혁이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는지 늘 궁금해 하셨다.


하필 은혁은 그날 인터뷰에 30분 지각했다. 알고 보니 막내 매니저가 늦게 일어나 은혁 픽업이 늦어진 탓이었다. 뿔이 날대로 났고 다소 공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얘기를 나눠보니 은혁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진솔하고 진실했다. 연예인으로서 가식을 찾기 힘들었다. 누나 동생하고 싶은 슈퍼스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혁 인터뷰 전까지 최애 멤버가 희철, 규현이었는데 이후 은혁으로 바뀌었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68/0000893983


그 인터뷰가 인연이 돼 2024년 은혁과 동해가 SM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해 자신들의 회사를 차렸다는 기사를 단독보도했다. 이어 ‘사장님’이 된 이들의 단독인터뷰도 진행했다. 감사하게도 은혁과 동해는 사무실까지 찾아와 내 면을 살려줬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68/0000975859


사실 D&E 인터뷰는 SM 시절에도 SM사옥에서 라운드 인터뷰로 진행한 적 있는데 직원들이 모두 지켜보는 인터뷰와 달리 인터뷰룸에서 오롯이 세사람만 대화를 나누다보니 이들의 솔직하고 유쾌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I성향이 강할 것이라고 생각한 동해가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고 은혁의 세심하면서도 강단있는 모습을 보니 과거 어린 소녀였던 아이유가 왜 은혁과 교제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68/0001043945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68/0001043946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68/0001043946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68/0001043947

지난해 여름, 은혁과 동해의 초청으로 슈퍼주니어 콘서트를 관람했다. 당시 대기실에서 만난 은혁과 동해는 “저희도 올해 시상식 초청해주세요”라고 농을 쳤다. 실제로 올해 20주년이니 계속 전 회사를 다녔으면 이들의 20주년을 아름답게 장식해줄 수 있었을텐데.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참. 2023년 1월 1일 보도된 신동의 열애설도 나의 단독기사였다. 신동이 왜 하필 아이유, 이종석과 같은 날 보도됐냐고 투덜거린 그 기사다. 슈퍼주니어 콘서트를 자주보고 멤버들과 인사도 종종 나누지만 신동은 늘 피해다니곤 한다. 일부러 아이유-이종석과 같은날 쓴건 아니었다.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68/000091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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