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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차영수증 May 10. 2024

7년의 모임_#3. 흥미의 저주

3) 모임에 적합한 인재상은 어떤 사람인가요? (실제 받았던 질문)


1. 흥미의 저주

 본인이 지닌 흥미의 저주와 모임의 방향성이 같은 분들이 가장 적합한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흥미의 저주’라는 개념에 대해 먼저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저희 아버지께서 예전에 ‘흥미’에 대한 본인의 관점을 설명해 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다, 바빠서 새로운 것을 못 배운다, 중요한 일을 못한다는 것은 다 핑계야. 흥미가 없어서 그런거야. 흥미만 있다면 똥을 싸면서도 하거든.”


 TV 프로그램이나 유투브를 찾아보시면, 아무도 지시하지도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한 가지 분야에 몰두하여 스스로 전문가가 된 사람들이나, 반대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안타까운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분들의 행동양식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의견들과 연구들이 있겠지만, 저는 그 분들이 '흥미의 저주에 빠졌다'고 정의하고자 합니다.


 인간은 흥미가 생기면 관련된 행동을 지속하려는 본성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주’라는 단어가 붙는 이유는, 흥미를 가지게 되는 분야는 개인의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 깊이와 정도조차 스스로 정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해양생물에 흥미를 가지겠어!’라고 다짐한다고 해서 순식간에 해양생물에 흥미를 붙일 수도 없으며, 본래 흥미가 있는 사람도 본인이 얼마나 해양생물에 몰두해야 할 지 정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흥미는 본인의 인생경험이나 주변 환경 같이 어쩌다 주어진 요소들에 의해 생긴 것이고, 어쩌다 깊게 파고든 경우가 일반적일겁니다. ('아비투스'라는 개념을 참고하시면 이해하기 좋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기에 흥미라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여러 가지 유전적, 사회적 요소들이 복합되어 도출된 결과값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해당 관점은 우리 가족이 타인의 행동방식을 분석할 수 있게 돕는 하나의 지표로 자리 잡았고, 저의 언어교환 운영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언어교환 모임의 장(長)으로써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모임에 계속 참석할 사람일 지, 몇 번 나오다 떠나는 사람일 지가 무당처럼 훤히 보이게 됩니다. 제가 그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영적 분별력을 가지게 되어서가 아니라, 언어 학습에 대한 흥미가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언어 학습에 흥미가 있는 분들은 계속 물어보고, 찾아보고, 정리하는 습성이 있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본인의 흥미를 숨길 수가 없습니다. 이런 분들은 모임에서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만 힘써도, 모임에 주기적으로 참석해 유익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입니다.


 반대로 ‘언어 학습에 흥미가 없지만 모임에 가면 언어공부를 할 수 있겠지’하는 마음가짐으로 오신 분들은 적응을 하지 못 하고, 1~2회 참석 이후 모임을 떠납니다. 또한 ‘흥미가 없어도 모임에 자주 가면 흥미가 생기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본인을 몰아세우며 오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에게 실제로 ‘모임에 가기 위해서 내 자신을 채찍질한다.’라고 문자를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안타깝지만 그 분들의 언어 학습 속도나 능률은 상당히 저조하였고 모임과 본인 둘 다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매일 회사에 출근한다고 해서 회사 생활이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듯, 모임과 개인의 성질이 맞지 않는데 많이 온다고 언어 학습에 흥미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언어 학습이 실현되지도 않고요. 심지어 모임은 개인에게 줄 수 있는 유전적, 사회적 영향력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모임은 이미 흥미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으나, 흥미 그 자체를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2. 떠나야 할 사람들

 이제부터 위에 설명드린 유형의 사람들이 모임에 왔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저는 어떻게 대처를 했는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부터 언어 공부에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유익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셨기에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문제를 일으키시는 분들이 있었지만, 대체로 개인의 성격 결함에 의한 것들이었습니다. 또한 모임에 1~2번만 오시는 분들도 모임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나가셨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모임 내 문제는

①흥미는 없지만 언어 공부가 필요하다는 분위기 때문에 스스로를 몰아붙여 모임에 오는 분들

② 본인의 흥미와는 관계없이 외로움만 달래기 위해 모임에 나오는 분들로부터 발생하였습니다. 위 유형에 해당하는 분들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서 계속 모국어로만 대화하려고 하였으며, 특히 이는 소통의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예: 한국어 학습에 흥미 없는 영어 원어민이 모임에 참석하여, 영어를 못하는 한국 사람에게 계속 영어로만 이야기하려는 모습) 게다가 상대방으로부터 언어 학습에 대한 피드백이나 조언을 받아도 무시하는 모습, 참석해도 학습에 관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모습 등으로 학습 분위기를 저해하는 경우가 많았죠. 집단에 어떻게든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발생한 불안감과 조급함으로 인해 생긴 문제일 수도 있겠으나, 근본 원인은 '언어 학습에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운영하던 모임에서는 이런 분들을 포용하는 것이 어려웠고, 모임에서 떠날 수 있도록 유도하였습니다. 모임에 오는 분들 대다수가 이미 직장 내 원할하지 못한 업무처리와 인간관계 등으로 피로감을 겪고 있는 상태인데, 모임에서까지 그런 문제를 겪는다면 모임에 정말 가기 싫을테니까요.


 저는 ① 우리 모임의 목적은 친구 만들기가 아니라 같이 학습을 도울 수 있는 공동체 조성에 있다는 점, 친구 만들기는 개인의 선택이지 모임 전체가 나서서 해야 할 것이 아니라는 점을 회원들에게 강조하였고 ② 애로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개인 카카오톡이나 익명 채팅방을 통해 알려달라고 안내를 드렸습니다.


 위 조치로 인해 언어 학습에 흥미가 없으신 분들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모임에 잔류하여 다른 회원들에게 피로감을 계속 주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런 경우 다른 회원 분들께서 개인톡을 통해 저에게 신고를 하셨습니다. (신기하게 익명채팅방으로 신고가 들어온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저는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주의를 주거나 강퇴를 했고요. 이 과정에서 편향된 판단을 피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았고, 증거자료(예: 증언, 카카오톡 내용 등) 수집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 분들의 흥미의 저주와 모임의 방향성이 맞지 않으니, 신속한 분리가 모임을 위한 최적의 방안이었습니다.



3. 본인의 흥미를 모르는 사람들

 본인의 흥미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분들은 대처하는 방법이 달랐습니다. 이 분들은 본인이 언어 학습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도 스스로 파악을 못했거나, 너무 많은 것들에 흥미를 가져서 언어 학습에만 중심을 두지 못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분들은 여러 모임을 동시에 다녔지만 어느 한 모임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 중에서 언어 실력이 제대로 오르는 분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 분들과 언어 학습에 대한 관심이 정말로 있는 것인지, 흥미를 가진 다른 것들은 무엇인지, 어떤 이유로 언어 학습에 관심을 가졌는지 등을 주제로 심도있는 대화를 가져보았습니다. 언어 학습에 좀 더 흥미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중 단 한 분도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석하는 분은 없었고 모임을 떠나는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심도 있는 대화를 하고 나면 그 분들은 언어 학습에 대한 흥미를 곧바로 잃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저의 방법은 효과적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저런 분들이 흥미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게 어떻게 도와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모임에 오시는 분들을 대하는 방법은 모임의 방향성과 분위기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다만 효율적인 모임 운영을 위해서는 '흥미의 저주'와 같이 회원의 방향성에 대한 평가 지표가 있어야 하며, 회원간 안정적인 관계를 위해 모임 내 변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모임 운영자의 책임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모임은 구성원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위해 조직 및 운영이 되어야 하지, 방향성까지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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