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림보 마케터 Jul 30. 2023

사랑? 내려놓음이 필요하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결혼정보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보다 특정 분야에서 특출난 사람이 많았다.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억대 연봉은 꽤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연봉이 아주 낮은 사람보다 몇 억대의 연봉을 받는 사람을 오히려 쉽게 만날 수 있다.



특별한 그들


내가 세 번 이상 만난 사람들은 (많지는 않았지만) 보통 직장인들의 4-5배에 해당하는 월급을 받는 이들이었다.


나는 딱 3명을 세 번 이상 만났고 세 명 모두 삶 자체가 치열했다. 시간이 부족했고 눈 떠서 감을 때까지 온통 일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살았기에 그 자리에 올랐을 테고 또 그렇게 살아가기 때문에 남보다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다. 단순히 연봉으로 따질 것은 아니었다. 자존감도 남달랐다.


자신의 존재감은 타인이 범접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사회성이 좋은 편도 아니었다.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꼈을 것이다.


이미 자신은 남다르다고 생각했기에..




조건이 전부는 아니다


한 명은 자신의 병원을 가지고 있는 의사였고 또 다른 한 명은 글로벌 기업에 스카우트된 케이스였다. 그 둘의 연봉은 생각보다 높았다. 의사의 경우 자산도 꽤 많았다.


또 다른 한 명은 국내 1위 IT 기업에 다녔다. 세 명 모두 각자의 전문 영역이 있어선지 연봉이 높았다.


조건으로 따지면 세 명 모두 학벌, 직업, 자산 조건이 이미 넘사벽이었다.


매월 몇 천만 원씩 월급으로 나온다고 가정하면 남보다 자산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신기한 건 세 명 모두 바빠서 돈 쓸 시간조차 없었다.


물론 경제관념도 남다르기 때문에 돈을 잘 쓰지도 않고 있는 돈도 잘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럼 왜 결혼을 못해?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눈가와 어울려 살아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사람을 사랑하고 함께 결혼생활을 한다는 건 서로의 삶을 어느 정도 내려놓음을 전제로 하지만 이들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내가 돈도 많이 벌고 잘났는데, 왜 내가 여자한테 맞춰야 해? 너네가 나보다 부족하니까 맞춰"


이런 생각이 디폴트였다. 그래서 몇 번 만나다가 여자가 자신의 소신을 강하게 주장하면 그 만남 자체를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난 그 세 명 중에 글로벌 기업에 다니는 분을 만났다. 이분은 보통의 직장인은 아니었다. 미국 본사와 일하기에 새벽부터 일을 하고 주말에도 계속 일을 했다.


일 안 하는 시간에는 자기 계발을 위한 일에 온전히 투자했다. 나에게 쏟는 시간은 그것들을 다 한 나머지 시간에 해당됐다.


그분은 나를 꽤 소중하게 생각하게 했지만, 사회성이 너무 떨어져서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인연이 그리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나 역시 그분의 삶 자체를 존경했었다. 하지만 존경한다고 그 사람과 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쩌면 사고 체계 자체가 나와는 달랐다. 멀리 보고 그 먼 목표를 향해 죽도록 달려갔다. 왜 남들은 자신처럼 살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치열함은 내게도 적용되었다. 그분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 나는 치열해야만 했다. 여유가 없는 느낌이었다.


대화를 할 때도, 연인과의 대화라기보다는 토론회를 방불케 했다. 나 역시 꽤 오래 내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지만 내 영역 자체를 인정받지 못했다.


정도를 뛰어넘고를 반복해 오던 사람에게 나는 그냥 흔녀에 불과했다.


꽤 오래 만났던 거 같다. 그에게는 내 존재 자체가 휴식이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내가 점점 외로워졌다는 점이다.


그렇게 듀오로 만난 첫 남자친구와의 인연은 끝이 났다.


나이가 들어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거 같다. 생각이 너무 많고 마음이 너무 무겁다. 만남이 곧 결혼으로 이어지다 보니 결정이 매번 어려웠다.


이젠 누구라도 만나고 사랑해 보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정보회사 어떤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