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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륜 Jul 14. 2021

자유의 발걸음

걷기의 인문학 / 리베카 솔닛


#걷기

나는 오전에 한강변을 힘차게 걷고, 오후에 서재에서 꾸역꾸역 책을 읽고, 저녁에는 쇼퍼에 누워 솔닛의 책을 빨아먹었다.『걷기의 인문학』독서는, 하루종일 부실한 무릎과 시원치않은 머리를 가지고 나름 살아보겠다고 애쓰다가, 휴식하며 음미하는 달콤한 시간이었다.


#인문학

밖으로 나가 걷는 행위 하나를 역사로 엮어낸 시대의 통찰이다. 매일 걷고 있는 나의 산책에 당위와 가치를 얹어보려는 시도는 아니었다. 솔닛의 전작읽기를 위해 선택한 책이었고, 읽으려고 쌓아놓은 여러 권 중에 뽑았을 뿐. 하지만 솔닛의 글로 루소의 걷기에 동감하고 나의 걸음도 내 인생의 철학을 쌓듯 꾸준해지기를 바래보았다. 


#서문

솔닛은 2017년에 한국독자를 위한 편지를 서문 앞에 올렸다. 촛불시위를 먼 곳에서 바라봤던 그는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힘의 경험>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20년 전에 쓴 책이 다시 살아나 한국에서 출판되고,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는 시대적 사건이 함께 그에게 감동을 주었나보다.


대립하는 두 항이 이 책에서는
보행을 통해 하나로 연결됩니다.
걸어가는 사람이 바늘이고
걸어가는 길이 실이라면,
걷는 일은
찢어진 곳을 꿰매는 바느질입니다.
보행은 찢어짐에 맞서는 저항입니다.

#주제

하나의 주제(걷기, 등산, 순례, 산책, 그리고 행진까지 두 발로 움직인 모든 일)를 방대한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몇 가지 주제로 펼쳐낸다. 각주로 기록된 많은 책들을 보면, 철학과 문학, 예술을 넘나드는 독서와 깊은 통찰로 [걷기]를 다채로운 빛깔의 직물로 직조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오색찬란하다. 개인의 걷기는 역사의 걷기까지 확장된다.


#자유

솔닛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저자들, 그리고 행자들은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 육체와 정신, 고독과 결속, 축제와 여정 들은 모두 자신만의 길을 갈망하며 찾는 행위다. 홀로 묵묵히 걷기도 하지만 연대하여 외치기도 한다. 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 계산 불가능한 일들이 길 위에서 일어난다. 인간의 육체가 의식을 만들어가는 시간이다.


#여행

책은 솔닛의 동네 거리에서 시작하여 라스베이거스를 벗어난 모하비 사막에서 걷기로 마무리 된다. 그는 육체, 상상력, 드넓은 세상이라는 세 별로 묘사하며 보행의 역사를 정리한다. 별처럼 많은 사람들이 걷고 우주를 품으며 길을 만들어간다. 나의 우주는 내가 걸을만큼의 거리가 아니라 걷는 동안 누리는 자유라는 상상력의 시간만큼이 아닐까.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나무와 한강을 만나지만 걷는 동안 나는 하루도 같은 공기를 마시지 않았다. 내 속에 들어온 것과 육체에 스며든 것은 매일 다른 세포로 쌓여 나를 만들고 있다. 의식하거나 의지를 가지고 시작했을지라도 말이다. 솔닛의 한 마디로 맺어본다.


보행은 여러가지 자유와 기쁨,
예컨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
닫혀있지 않은 멋진 공간,
구속받지 않는 육체라는 
생태계의 지표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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