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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Nov 02. 2021

내 나이 21+X

너의 일탈 이야기는 나를 꽤나 즐겁게 하는구나. 내가 아는 림과는 너무 달라서 상상하면서도 흘흘거리며 웃어버렸어.


난 20대였을 때, 30대를 동경한 적이 없고, 나도 언젠가는 30대가 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 일단, 30대와 안정감이라는 두 개념을 연결시켜본 적이 없어. 주변에 안정적(?)으로 사는, 롤모델 삼을만한 30대 사람이 없어서 그랬나 봐. 어쨌든 나이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 나이를 잊고 산지 꽤나 오래됐지. 포동포동 젖살과 함께 동심이 사라진 이후로는 나이 따위... 먹은 밥그릇 개수 늘어나듯 어느 순간 늘어난다고 생각했어. 내 나이 앞 자릿 수가 3으로 바뀐 이후에도 내 모토는 "체력? 그건 정신력이지!"(라고 썼지만 실은 술의 힘으로 버텼어!) 하여튼 나는 나보다 많이 어린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즐겼고 그럴 기회가 있었다는 것에 여전히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네가 비어퐁이라는 전 세계적이고 시대를 아우르는 게임을 즐겼던(?) 것처럼, 나 또한 게임을 했었지. 게임의 이름은 모르겠어. 다만 비어퐁보다 발생하는 소음이 상당해.


여느 술 마시기 게임이 그렇듯, 이 게임 또한 간단한 룰을 따라. 동전 하나를 테이블에 놓고 그 동전이 뒤집어지도록 테이블을 내려치는 거야. 그래서 뒤집히면 동전을 뒤집은 사람 빼고 나머지가 다 술을 마시는 게임이야. 술 먹겠다고 작정한 친구들은 일부러 뒤집기 쉽게 가벼운 동전 2센트짜리를 꺼내놓고 하기도 했어. 2센트 동전이든 2유로 동전이든, 어쨌든 동전을 뒤집으려면 동전이 뒤집힐 정도로 튀어 올라야 하기에, 그만큼의 힘을 가해 테이블을 마구 때려야 해. 테이블을 쾅쾅 내리치다가 아예 테이블이 옆으로 넘어져 버린 적도 있었어. 주변 사람들 술 취하게 하기 위해 내 손바닥이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테이블을 내려쳐야 하는 것이지. 술 마시는 게임에 논리가 어디 있겠냐 마는, 참 이해 안 가는 게임이었지.


논리적으론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게임을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여는 지독히도 유치 찬란한 "bad taste"라는 파티에 발을 들였어. 거기엔 누가 줘도 안 입을 것 같은 호피무늬 티셔츠와 줄무늬 야광 바지에 빨간 구두를 신고 다녀왔지. 자기와 코드가 맞는다며 나보다 열 살이 어린 한 친구가 그러더라. 


네 나이는 21+x이야. x는 매년 변하는 거고 별로 중요치 않아.


그땐 얘가 무슨 농담을 이리하나 싶었지만 지금은 그 말에 동의해. 몸의 노화는 진행되고 있을지언정 내 마음은 변함없이 20대 같거든. 여전히 호기심 많아 뭐든 궁금하고, 즐겁게 살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나하나 발견해 가는 것에 희열을 느껴. 그래서 그 이후론 나도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그렇게 대답하기도 해. 자기소개할 때 나이를 잘 묻지 않는 문화권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가, 내 나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지니까 그냥 농담처럼 21+x 가 나오더라고.


근데 21+x살로 사는 거, 꽤 좋아. 그 나이에 아직도 철없다든가 뭐 그런 반응을 보일 사람도 있겠지만. 철 좀 없으면 어때? 철들어서 사는 것이 재미없게 사는 것이라면... 나는 철 없이 사는 걸 택하겠어. 대책 없이 넘치는 에너지를 가둬 담을 수 없어 어찌할 줄을 몰랐던, 열정이 나를 이끌던 그 시간처럼 오늘을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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