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그런 사랑은 할 수 없을 것이다
2021.08.22
다시는 타인을 그렇게 사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동안은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사람이 그리워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지만 벌써 일 년 가까이 되어간다. 깨끗하게 치유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점점 더 많이 망각하고 익숙해진다.
아무튼 요즘은 그보다는 그때 내가 했던 사랑의 감정을 다시 갖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 이따금씩 그게 씁쓸하고 내가 불쌍해서 눈물이 찔끔 난다.
인간의 외로움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되, 그때 내 마음 한 견에는 항상 큰 조각상처럼 그가 있었다. 신앙도 없는 내가 마음에 한 사람을 그렇게 크게 두었다.
내 인생에서 내가 믿고 의지할 사람, 진짜 나의 모습을 아는 사람, 우리로서 기억을 같이 기록했던 그런 사람
그래서 설사 곁에 없더라도 그 마음속에 조각상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을 받는 그런 사람- 을 다시 내 맘속에 둘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얼마나 사랑을 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힘들고 점점 더 비참해질 인생이기에 내게서는 늘 똑같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빈틈을 보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인생을 살면서 때때로 무너지고 약해질 그런 순간에 나한테는 맘껏 나약함 그 자체로 와주기를 바랐다. 그러면 내가 우는 너를 꼭 안아주고, 손을 꼭 붙잡고, 너 밑에 내가 있다고 안심시켜주고, 다시 걸어 나갈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사람이 돼야지. 그러니까 나는 더 강인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늘 다짐하곤 했었다.
그때 내 감정이 이렇게나 견고했고 소중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나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도 이제야 든다.
갓 이별을 했을 때는 내 맘속에 그 조각상이 무너진 줄만 알았다. 조각상을 세울 터가 아예 사라진 줄은 몰랐다. 다시 세워보려고 하니까 알겠다. 자리가 없어졌구나 하고.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미 일어나버린 일인 걸 안 괜찮으면 어쩌겠어. 이제는 그때의 나는 없고 지금의 내가 있다. 이런대로 행복하게 사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