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진 내 마음에 호호 입김을 불어넣어주는 그림
겨울은 당연히 추워야 정상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겨울이 더더 추워진다는 느낌은 왤까요?
나이를 먹어 몸의 열이 쉽게 뺏기기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몸의 열기뿐만 아니라 마음의 열기 또한 쉬 식어버리는 건 아닌지....
외부 온도에 쉽게 마음이 식어버리는 사람이 되긴 싫은데, 겨울이니까, 추우니까 더 신경 써서 내 마음이 식지 않게 단속하여 봅니다.
겨울은 책을 읽기에 딱! 좋은 계절이지요.
따뜻한 공간에서 겨울 풍경을 보며 읽으면 딱! 좋은 그림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부엉이와 보름달>은 추운 겨울 보름달이 환하게 뜬 어느 날 아빠와 딸이 부엉이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이 푹푹 눈 속으로 빠져듭니다. 춥기는 얼마나 추운지요.
하지만 그 추위는 혼자 감당해야 해야 합니다.
부엉이를 보기 위해, 오로지 그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아빠와 딸은 말 한마디 없이 숲 속을 걷고 추위를 견딥니다.
그리고 아빠는 부엉이 소리를 내며 부엉이를 부릅니다.
글만 읽어도 그림만 보아도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만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최고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어릴 때 아빠와 단 둘이 아빠의 고향에 가서 토끼몰이를 한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아빠의 고향은 그 당시엔 정말 개발되지 않은 시골이었습니다.
토끼, 노루 이런 산짐승들을 종종 잡아먹었나 봅니다.
아빠와 아빠 친구들, 동생들은 동네 뒷산에 올라산 밑으로 토끼를 몰았습니다. <부엉이와 보름달>에서처럼 눈이 무릎까지 쌓여 걷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저야 구경꾼이었고요. 서너 마리의 토끼들이 눈 위를 구르다시피 하며 아래로 몰렸지요. 결구 두 마리 정도 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의 추억이 좀은 잔인하여 여기서 생략합니다.
아무튼 그 겨울날의 기억은 저에게도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꿈을 꾸는 듯한 추억입니다.
<두더지의 소원>은 김상근 작가의 첫 그림책입니다. 표지만 봐도 너무나도 귀여운 두더지가 주인공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두더지는 자신보다는 작지만 꽤 커다란 눈덩이를 내려다보고 있네요.
이 눈덩이는 두더지의 친구입니다.
어린 시절 눈 오는 날이면 엄청나게 큰 눈덩이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눈을 굴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눈이 오면 아이들은 여기저기에서 눈덩이를 굴려대더군요. 얼굴은 빨갛게 얼었지만 몸에선 열이 나지요. 눈을 굴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아마 두더지도 그렇게 눈덩이를 굴렸을 겁니다.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도 없이 외로운 눈 내리는 어느 날. 두더지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이야기라고 할까요? 판타지라고 할까요?
눈 오는 날은 정말 상상하기 좋은 날입니다.
어제도 눈이 내렸고 이번 주말에도 눈 소식이 있습니다.
기온은 뚝 떨어져 온몸이 꽁꽁 얼어버릴 것만 같아도 눈이 오는 날이 기다려지는 건 우리 모두의 공통점일 겁니다.
아무런 이벤트가 없다고, 특별한 추억이 없다고 속상해하거나 지루해하지 마세요.
눈 오는 풍경 속에 나 자신을 집어넣고 맘껏 즐기세요.
그러고 나면 마음까지 따뜻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겨울은, 눈은 차가워진 우리의 마음에 호호 입김을 불어 따뜻하게 데워줄 거예요.
우린 그렇게 데워진 따뜻한 마음으로 이 겨울을 행복하게 보내면 되고요.
이 두 개의 그림책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