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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펀치 Apr 22. 2022

엄마는 왜 요리학원을 다니라는 걸까?

쉬면서 요리학원에 다녀보는 거 어떠니?


"가끔은 착각해도 좋다. 엄마를 행복한 요리왕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면 지지리 맛없는 도시락 정도는 투정 없이 먹어줘도 그만이다. 행복한 착각에 굳이 성급한 진실을 끼얹을 필요는 없다. 가끔은 착각해야 행복하다."「응답하라 1988  2화, 당신이 나에 대해 착각하는 한 가지」


늦은 밤 마당 옆 계단에 앉아 아침에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허겁지겁 비우던 선우(고경표)의 내레이션이다. 아들이 이렇게 생각할 정도면 선우 엄마는 요리를 참 못했나 보다. 이 장면에서 나는 선우의 입안 가득한 음식을 보며 피식거렸다가 이내 글썽거렸던 것 같다.

응답하라 1988 하면 유독 아침 풍경이 생각난다. 특히, 새벽같이 가족들의 아침밥과 도시락을 준비하는 어머니들의 풍경이. 엄마에겐 아침이 참 특별한 것 같다. 마치 본인이 지은 아침밥으로 가족의 하루를 몽땅 책임지려는 듯이 온 힘을 쏟는다. 내가 고등학생 때 우리 엄마는 아침밥을 안 먹으면 학교를 안 보냈으니 말 다했지.




회사 휴직 첫날, 엄마는 "쉬는 동안 요리학원을 다녀보는  어떠니"라고 카톡을 보내왔다.  한번 해본  없는 초보 새댁이  걱정이었던 우리 엄마. 시어머니와  만남에서도 '딸이 아무것도   모른다' 겸연쩍어하시며 미안해하셨던  기억난다.(오히려 시어머니는 본인 딸도 아무것도 못한다며 쿨하게 넘기셨는데..) 35 동안 엄마가 주는 아침밥을 겨우 먹고 출근하던 내가 신혼 첫날부터 9 반상을 차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나름 굶지 않고  다니는데 엄마는  자꾸 요리학원을 다니라는 걸까?


엄마는 결혼  전업주부로 35년간 살면서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주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보내왔다. 6시엔 남편, 6 반은 , 7시엔 본인, 8시엔 아들이 아침을 먹었고, 저녁도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이었다. 엄마는 어디 가서 저녁까지 놀지도 않고, 1박을 하지도 않았다. 식구들 밥을 차려줘야 한다는 이유로. 지금 생각해보면 밥은 엄마의 전부이자 엄마가 가족들에게 해줄  있는 가장 자신 있는 사랑 방법이었나 보다. 그래서 나도 당신과 같이 살았으면 했겠지.  말하지만 나는 요리를 못하는  아니라  하는 거다. 다행히(?) 어릴 때부터 자취를  남편의 요리 실력이  괜찮다. 따지자면 우리  요리사는 남편인 셈이다.


"요리는 생각없는데.."라고 답장을 보낸 후 엄마는 답이 없다. 주말에 이것저것 해먹을 용도로 식재료를 잔뜩 구매했다. 요리학원을 안다니려면 이따금씩 내 요리실력을 사진으로나마 증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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