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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Feb 06. 2020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가족문제의 근원을 찾는다.( Family Constellation)

요즘은 자식을 한 두 명만 낳기 때문에 특별한 특질을 가진 형제, 자매를 구별해내기가 어렵지만 내 세대만 해도 아이들을 적어도 셋 이상 두고 있는 가정들이 많아서 형제들 간 능력 비교, 나눠갖기에 대한 갈등, 경쟁 등이 참 치열하였다. 가끔 이런 경쟁의식은 자라는 동안 해결되지 못한 채 완전 성인이 된 후에도 서로 등을 돌리게 하는 경우까지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형제들 간의 경쟁의식은 특히 부모라는 제한된 자원(Resource) 즉, 부모의 관심, 시간, 돈에 의존해야 함으로써 치열했던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어느 가정이나 형제, 자매 중 유난히 가깝고 대화가 통하는 그래서 서로 친구처럼 아주 다정하게 지내는 형제, 자매가 있는가 하면 나랑 코드가 맞지 않고 가족과 동떨어진, 전혀 가족과 섞이지 않는 별종이 있는데, 부모들은 이 아이가 자기들을 닮지 않았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건지 모르겠다고 불평과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공부만을 업으로 알고 모두 공부만 하고 학자의 길을 가고 있는 집안에 일찌감치 공부 때려치우고 엉뚱하게 장사하겠다고 나서는 애가 있는 가 하면 모두가 열심히 제 갈 길을 찾아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유독 한 아이만 아무것도 흥미가 없고 그저 집안에 틀어박혀 부모, 형제 도움을 받으며 의존적인 삶을 살아간다든가, 모두들 사이좋게 지내는데 유독 한 사람만 관계를 끊고 지낸다든가, 모두 건강한데 한 아이가 아파서 가족 관계를 힘들게 하는 일 들 말이다.




이런 가족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이상한 일들을 독일의 신학자이자 심리 철학자 Bert Hellinger ( 버트 헬링거)는 Family Constellation work( 패밀리 컨스털레이션, 가족 별자리 기법)라는 치료 기법을 창안하여 가족 간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다. 그는 부모나 형제자매가 일찍 사망하였거나, 버림받았거나, 죄를 지어 감옥에 갔거나, 자살을 했거나 하는 일들이 자신의 조상 중에 있었다면 이런 일들이 다음 세대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우리가 어렸을 때 겪었던 트라우마나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치료를 하였다.

여기서 별자리란 내가 속해있는 우주의 한 장소이다. 나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세 가지 큰 카테고리에서 본다면 다음과 같이 얘기할 수 있다.

(1)   구조적 문제 (중독, 불안, 두려움, 실패)

(2)   가족문제 (가족 간의 갈등)

(3)   조직에서의 문제 (직장과 사회에서의 인간관계)


과거 가족사에 어떤 방법으로든 일어났던 복잡하게 얽힌 불행감(Unhappiness), 다시 말해 불안(Anxiety), 우울(Depression), 화(Anger), 죄책감(Guilt), 두려움(Fear), 만성질환(Chronic illness), 만족감이 없는 인간관계(Unfulfilled Relationship), 존중받지 못함(Disrepected), 제외됨(Excluded) 등이 가끔 다음 세대에서 이어져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렇지 아니한가?

슬픈 엄마(Sad Mom) 밑에 슬픈 딸(Sad Daughter),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Alcoholic Father) 밑에 아들( Alcoholic Son),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the relationship difficulties of the parents) 밑에 똑같은 행보를 겪고 있는 자녀들 말이다.


50 년이 넘는 카운슬링과 가족 치료를 통해 그는 환자와 내담자들의 가족사를 조사하고, 처리하며 수집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가족의 패턴과 역동성을 재현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이 치료기법은 이러한 무의식 패턴을 발견하고 재해석하는데 도움을 준다.

버트 헬링거는 우리가 조상들로부터 운명의 상속을 물려받으며 특정 방식으로 암호화하여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헬링거는 이러한 가족의 불행(Unhappiness), 병(illness), 실패(Failure), 중독(Addiction)의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끈을 깨 부실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기법으로 가족 별자리 기법을 개발하여 즉각적이고(Immediate) 인생이 변화(life changing)되는 결과를 얻었고 이 기법은 현재 세계 35개 이상의 국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다.




지난 주말 금, 토, 일 3일간 일정으로 Family Costellation workshop이 시애틀에서 개최된다 해서 등록을 마치고 참가하였다. 모두 14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는데 멀리 애리조나, 샌프란시스코, 오레건 등에서도 오고 나이는 30대에서 60대 말까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미 가족 별자리 치료법을 알고 온 사람도 있었고 전혀 모르고 온 사람도 있었다.  

이 워크숍을 이끄는 치료사는 삼일 간의 워크숍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될 것은 "우리 가족의 파괴적인 패턴(Destructive Family Pattern)을 깨 부시고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왜 계속 반복적으로 행동하고 느끼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라고 우리의 고울(Goal)을 알려주었다.

다시 말해

첫째, 우리 가족의 해결되지 않은 비극적 사건이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를 이해하는 것이고,

둘째, 결함이 없는 완전하다는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라고 설명하며 이 세션이 끝난 후에는 자신이 좀 더 강해졌음을 느끼고 선명한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한 가지 자신이 상담한 사례를 알려주었다.


어떤 아이의 나이가 12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었다. 시간이 흘러 그는 아버지가 되었고 그의 아들이 12살이 되었을 때 이 아버지는 가족과 점점 멀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다른 여자를 만나거나, 엄마와 별거를 한다든가, 어떤 이유에서든지 그는 자신이 겪었던 아버지의 부재를 자신의 아들에게 재현시켰다


                    




세션이 시작되었다. ( 여기 내용은 간단하게만 소개되었음을 밝힌다.)

40대 인도 여자 사비라(Saveera)가 나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사람들 앞에서 간단히 이야기를 하였다.

그녀는 미국에 온 지 15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지금 CPA로 일을 한다고 하였다. 이제 수입도 안정되고 남자 친구와 약혼도 하였고 부족할 것 없는데 좀 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영성 수련( spiritual Practice)을 위해 인도로 돌아갈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돌아가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그의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완고하고 직설적 표현, 어머니에 대한 무시, 질책이 그녀를 미국으로 떠나오게 했는데 다시 돌아가자니 아버지와 부딪칠 일이 머리에 선명하게 그려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는 사연이었다.

이때 치료사는 그녀에게 아버지를 대신할 사람, 어머니를 대신할 사람을 고르라고 하였다. 그녀는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자신의 에너지가 가는 대로 어머니로는 60대 후반의 여자를, 아버지로는 30대 말의 흑인 남자를 골랐다. 두 사람을 가운데로 데리고 와서 떨어져 서게 한 다음 서로 마주 보게 하였다. 한참을 서로 마주 보고 있는데 어머니 역할을 한 사람이 너무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점점 뒤로 물러서더니 마침내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아버지는 그 상황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주먹을 불끈 쥐며 갑자기 소리쳤다. “나를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나를 자유롭게 나둬요! 숨이 막혀요! 당신 앞에서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죽을 거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에 눈물이 섞여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절대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상담자의 엄마, 아버지를 본 적도 없고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다. 단지, 사비라가 한 몇 마디의 정보를 들었을 뿐인데 그녀는 이미 엄마를 느끼고 있었다.  치료사는 사비라를 엄마 곁으로 가게 하였다. 두 사람은 몸을 딱 붙인 채 아버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 분노가 역력하였다. 그렇지만 사비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숨만 헐떡거릴 뿐… 치료사가 다가가 힌디어(Hindi)로 아버지를 향해 욕을 해도 괜찮으니 그동안 맘속에 쌓아뒀던 모든 말을 내뱉으라고 하였다. 살면서 아버지 권위에 정면으로 대항해 본 적이 없는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차마 말을 못 하고 부르르 떨기만 했다. 그러더니 마침내 우리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힌디어로 아버지에게 소리치고 삿대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에서 어떻게 그런 분노의 큰 소리가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크게 울부짖는 포효하는 사자와도 같았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40년 동안 참고 참았던 말들을 쏟아냈다.


그렇다! 그녀의 모습은 바로 나였다.

이제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아버지와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Unfinished Feeling), 관계로 인해 언제나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나 자신을 그녀를 통해 봤다.

한참을 토해내더니 그녀는 맘이 편해졌는지 다시 얌전해졌고, 이제 인도로 돌아가 아버지를 맞대할 자신이 선다면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세션이 있었음을 밝힌다.)  




세션이 진행되면서 나도 몇 차례 다른 상담자의 대리 역할(Representatives)로 선택되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말 이상한 느낌이었다. 나는 저 상담자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데 내가 그 상담자의 딸이 되었을 때 내가 지금 이 아빠 손을 잡고 따라갈 수 없는 감정을 느꼈으며, 또 다른 상담자의 엄마로 선택되었을 때는 딸이 하는 게 옳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딸에 대한 서운함과 거리감이 느껴지는 등 내 안에서 왜 이런 감정들이 느껴지는지 신기하기만 하였다. 그러나 상담자들은 내 감정을 주의 깊게 들었으며 나중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Feedback을 주었다. 나 역시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사람들을 고르고 그들의 행동과 감정에 주의를 기울였고 아버지와의 묵은 감정을 비로소 해결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으로 아버지와 맞짱을 뜬 시간이었다. 언제나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 술을 드시면 더 무서운 아버지, 따뜻한 말 한마디 해 주지 않으셨던 아버지, 한 번도 스킨십이 없었던 아버지, 그러나 바람처럼 흔들려서 결코 기댈 수 없는 아버지,  언제나 아버지 사랑이 그리웠던 어린 시절의 나.... 

아버지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나와 똑같은 감정으로 평생을 살았고, 결코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 채 세상을 뜨셨는데 그 고통을 내가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절대로 이 무겁고 어두운 감정, 주춤거리는 못난 모습을 내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고 계속 반복하며 살았던 나였기에 늦은 나이지만 터널 속을 빠져나오기를 강렬히 소망하였다.

   

오늘 세션을 통해 나는 내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던 아버지의 부정성을 보았고, 내 맘속에 똬리 틀고 무겁게 자리 잡고 있던 아버지를 편안하게 보내드렸다.


나를 힘들게 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평화를 얻었을 때 비로소 나의 평화가 찾아오며 내가 평화롭게 지낼 때 내 아이들도 나에게서 느꼈던 무거움과 어둠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됐을 때 비로소 우리는 세대를 이어 내려오는 부정성의 고리를 끊고 사랑의 고리로 연결된 새로운 가족 패턴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워크숍을 다녀온 뒤로 요즘 이상하게 마음이 가볍다. 이상하게 긍정적이다. 이상하게 쉽게 결정 내린다. 참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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