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시네마, 영화 <로마> 상영 첫 ‘예술영화’ 상영 시도
영화 <로마>가 2018 베니스국제영화상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걸작이라는 사실만 들려올 뿐, 막상 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관은 많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향수시네마가 영화 <로마>를 지난 12월 12일부터 24일까지 상영한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작은영화관, 영화 <로마>를 틀게 된 이야기
<로마> 상영은 향수시네마 개관 이후 처음으로 시도하는 예술영화다.
“영화 <로마>는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지원한 작품이다 보니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일체 상영하지 않았고 전국적으로 극소수 상영관에서만 관람이 가능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지역 분들이 이 영화를 더욱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향수시네마 변창환 관장은 영화 <로마> 상영 배경을 이렇게 밝힌다. ‘예술영화’라 불리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띤 영화가 대형 상영관에 상영되지 못하면 쉽사리 사장되고 마는 현실 속, 작은 영화관에서 영화 <로마>를 상영한다는 소식은 더욱 눈길을 끈다. “첫 예술 영화 상영이라 주민 분들이 과연 좋아하실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적은 숫자지만 계속 보러 오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로마> 개봉 극장’을 인터넷에 검색해서 저희 극장을 보시고는 대전이나 청주에서도 영화를 보러 오시고요. 영화 상영해줘서 고맙다는 말씀도 건네시더라고요.”
작은영화관에 영화 <로마>를 보러온 사람들의 이야기
“향수시네마 개관하고 이번에 두 번째로 와보게 됐어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좋아하는데, 그의 이번 신작을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요. 1970년대 멕시코가 처한 시대적 배경과 개인의 삶을 미화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덤덤하게 보여주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이기운(37) 씨
“향수시네마가 집과 가까워 자주 왔었어요. 영화 <로마>가 국제적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접하고 이 영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이런 예술영화를 본다는 게 흔치 않은 기회일 것 같단 생각도 들었고요.” 신서현 (26, 옥천읍 장야리) 씨
“수능이 끝나고, 엄마와 함께 영화 보러 왔어요. 그동안 예술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그래서 예술영화를 더 낯설게 느껴왔던 것 같아요. 이런 영화가 ‘수익성’은 낮다고 평가될지 몰라도, 수용자 입장에서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선택의 폭이 넓혀졌으면 좋겠어요.” 이소영 (20, 군북면 증약리) 씨
향수시네마 집계에 따르면, 영화 <로마>가 11회 상영되는 동안 총 58명이 관람했다. (총 좌석수 401좌석 기준, 점유율 14%) 소위 ‘대박’을 쳤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향수시네마는 앞으로 작고 다양한 영화가 지금보다 더 살아 숨 쉬길 바란다. 그 계획으로 변창환 관장은 내년 ‘작은 영화관 기획전’ 사업 공모에 신청하고자 한다. ‘작은 영화관 기획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 주최로, 지역의 다양한 영상문화 향유권 확대를 목적으로 2014년부터 작은영화관을 대상으로 개최되어온 사업이다. 변창환 관장은 “흔히 ‘다양성 영화’라고 불리는 영화들, 어떤 신작이 아니더라도 작지만 좋은 영화들을 계속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작은 소감문
“이번 영화 상영이 저를 비롯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는 말과 함께, 영화 <로마>를 보러 향수시네마를 찾았던 정회영(49, 군북면 증약리) 씨가 소감문을 보내왔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그의 글을 지면에 나누고자 한다.
멕시코 의사인 안토니오와 화학자인 소피아 집에서 하녀로 지내던 끌레오. 그녀는 짧은 연애 끝에 임신을 하게 되고, 이 사실을 알고 도망가 버린 애인으로 근심한다. 하지만 소피아의 배려 덕에 산전검사를 받고 다시 담담히 일상을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끌레오는 거리에서 민주화 집회 현장을 잔혹하게 진압하는 옛 연인 페르민을 맞닥뜨리고 그 충격으로 양수가 터져 사산하고 만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 아프고 조마조마한 순간이었다. 후유증으로 마음을 닫고 있던 그녀는, 이혼과정에 있는 소피아와 그녀 아이들과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다. 이때의 장면이 영화 <로마> 포스터에 담긴다. 익사할 뻔한 아이들을 구해준 직후 ‘사실 아이를 낳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고백하던 끌레오. 소피아의 가족은 ‘우리는 모두 끌레오를 사랑한다’며 그녀를 꼭 끌어 안는다. 이 영화는 알폰소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거의 사실에 가깝다. 1970년대 멕시코 민주화시위 현장을 보여주던 장면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떠올리게도 만든다. 또 끌레오의 실존인물이 알폰소 감독의 어머니와 함께 시사회에 참석했다고 하니, 끌레오와 소피아의 인간적 끈끈함이 부럽게 느껴지기까지 한 영화였다. 책임감 없고 비겁하게 도망쳤던 안토니오와 페르민은 아직 살아있을까. 봤다면 어떤 기분일까.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이 적다는 사실에 놀랐고 안타까웠다.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드물고, 독립영화를 접하는 게 계속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영화 <로마> 속 들리는 발자국 소리, 새 소리, 바닷가 소리 등. 영화 <로마>는 내 마음 속 너무나 아름답게 기억될 영화다.
정회영(49, 군북면 증약리)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