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사랑상품권 체험기Ⅱ
2019년 6월 기준 옥천사랑상품권의 발행액은 18억 5천만 원, 판매액은 13억 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디자인이 변경된 신권도 15억 원 추가 발행됐다. 총 33억 5천만 원의 지역화폐가 풀린 셈이다. 상품권 도입 2년차, 지역 주민들은 어떤 변화를 느끼고 있을까. 상품권 사용을 환영하는 반응도 있지만 대다수 주민은 상품권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사용이 번거롭다고 느끼고 있었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 맞게 다양한 유인책 마련, 편의성 재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온종일 옥천사랑상품권을 사용하며 체감한 현장의 반응을 기사에 담았다.
# ‘받은 상품권으로 장 보면 되니까’
“은행 안 가고 내가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하지.”
옥천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한 김이숙(70, 장야리) 씨와 최영호(71,장야리) 씨는 상품권 결제가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고개를 젓는다. 상품권을 받아 장을 보면 된단다.
“요즘 마트 가면 상품권 다 받아. 어제도 3만 원 들어와서 다 썼어.”
충북도립대학교 앞에서 한솥 도시락을 운영하는 민갑순(66, 문정리) 씨도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것 보다 다른 물품 구입 시 사용 하는 게 더 편하다고 말한다.
“어차피 옥천에서 생활하는데 굳이 은행 들려서 돈 바꾸고 하는 것보다는 받은 상품권 그대로 현금처럼 사용하는 게 좋죠.”
현금 대신 옥천사랑상품권을 받은 상인들이 상품권을 환전하지 않고 현금처럼 사용하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애초에 지역 화폐가 생긴 목적인 ‘지역 순환 경제 실현’이라는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옥천에서만 통용되는 화폐인 옥천사랑상품권 사용이 늘어날수록 지역 내에서 순환하는 현금이 많아지고 이는 곧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다. 장기화된 지역 상권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대전 등 다른 지역으로의 소득 유출 문제가 지적되는 상황에서 이는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다. 다만 실제로 이렇게 상품권이 현금처럼 돌고 도는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상품권 사용 경로에 대한 분석이 없어 실제 효과를 측정하기는 어려운 상황. 추후 상품권의 이동 경로나 사용 계층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뤄져야 상품권 도입의 효과와 보완점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여기 저기 돌고 돌아야 하는데...’
이런 긍정적 변화의 규모를 키워가고자 옥천군은 지난해 소상공인업체에 한정했던 가맹점 범위를 확대했다. 지역에 사업장을 둔 사업자라면 누구나 가맹점 신청이 가능하다. 그 결과 옥천사랑상품권은 현재 엘마트, 제이마트, 하나로마트 등 대부분의 지역 마트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상품권 사용처가 늘어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훨씬 편리해진 부분. 하지만 영세 상인들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불만을 토로했다.
“처음엔 영세상인들 잘 되게 해주려고 시행하는 거라고 들었거든요. 마트처럼 큰 곳은 가맹 안한다고 해서 신청한 건데. 생각보다 손님이 많이 안 느는 것도 그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공설시장에서 일하는 B씨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맹점이 많잖아. 옥천사랑상품권 받아도 공설시장 와서 안 쓰는 거지. 사람들이 마트가지 시장 안 와.”
가맹점은 늘어났지만 상품권 순환이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는다는 반응은 지역 식당가도 비슷하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옥천군지부 조성현 지부장은 “상품권이 상가를 여기저기 돌고 돌아야 하는데 극히 일부만 돌고 바로 환전이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며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 건지 어떤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실제 음식점들이 체감할 정도로 상품권이 순환되는 상황은 아닌 듯하다” 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 판매처 확대·할인 등 유인책 필요
실제 소비자들은 어떤 반응일까. 주민들은 옥천사랑상품권 사용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불편함’을 꼽았다.
옥천읍 문정리에 사는 김지은(38) 씨는 “옥천사랑상품권 들어는 봤는데 구입처나 사용처를 잘 몰라서 한 번도 안 써봤다”며 “잘 모르니까 불편하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수리에 사는 류은미(41) 씨도 “어디가 가맹점인지 잘 몰라 갈 때마다 물어봐야 한다”며 “안 받는다고 하면 서로 민망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옥천사랑상품권 체험기를 진행하며 가장 불편했던 점 역시 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상점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은 상점 입구에 스티커를 부착하게 돼있는데, 이는 소비자가 현장에서 가장 쉽게 가맹점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문제는 가맹점임에도 불구하고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거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부착돼 있어 확인이 어려운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옥천군청 홈페이지(메인 화면 메뉴 중 ‘옥천사랑상품권’ 클릭)에 접속해 가맹점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모바일이나 PC를 이용해야해 다소 번거로운 부분이 있다.
상품권을 쓰는 것만큼이나 구입 절차 역시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상품권은 농협 옥천군지부를 비롯해 4개의 지역 농협(옥천·이원·대청·청산농협)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지역 내 모든 금융기관으로 구입처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기관 관계자 C씨는 “지역 상품권이라는 게 현금사용보다는 번거로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고, 그만큼 소비자들로부터 더 많은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선 어디서나 쉽게 구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옥천군의회 이용수 의원 역시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이 의원은 “현재 지역농협까지 판매대행처로 들어가있는데, 새마을금고 같은 지역 금융기관까지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시중에서 흔히 사용하는 ‘해피머니’나 ‘컬쳐랜드’ 상품권처럼 전자관리체계를 구축해 더 많은 판매소를 확보, 편의성을 높이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더 파격적인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물건 10만원어치를 살 일이 있다고 할 때, 굳이 상품권을 이용하려면 은행에 가서 상품권을 새로 구입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10% 할인이든 적립이든, 이런 불편함을 상쇄할만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이 형태의 상품권 뿐 아니라 모바일, 카드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권 도입도 숙제로 남아있다. 종이 상품권은 은행 직접 방문 등 구매 절차가 번거로워 이용층을 넓히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옥천군은 당장은 예산상의 문제로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전국적으로도 모바일이나 카드 형태가 도입되는 상황이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 외부인 지역 내 구매, 상품권으로
지역상품권은 지역 소득의 역외 유출을 막는다는 것 외에 외부 이용자의 지역 내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지역상품권을 발행해 추가 지출을 유도하는 강원도 춘천·화천 사례가 대표 예. 두 곳 모두 지역 축제나 관광지 방문객에게 입장료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지역 상가 소비를 유도한다. 2017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으로 화천군 내 외지인 추가지출 부가가치는 총 3억 원(상품권 판매액 17억 원, 2016년 기준), 춘천시는 4억3천만 원(상품권 판매액 6억 원, 2017년 1월~8월)으로 나타났다. 상품권을 통한 관광객의 실제 지출을 유도하고자 한 전략이 큰 성공을 거둔 셈.
옥천의 경우 지역 관광지를 비롯해 타 지역 출퇴근자를 대상으로 적용할 만한 정책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옥천군의회 이용수 의원은 “옥천에서 일하면서 실제 거주지는 외지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품권을 구입하게 하고 사용하게 하면 전체 파이가 커질 것이라 본다.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어디서 쓸 수 있는지, 왜 써야 하는지’
“얼마 전에 옥수수를 사러 갔는데 상품권을 내니까 (주인이) 받을까 말까 주춤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나도 그랬었는데 괜찮으니까 받으라’고 했지. 나도 처음에는 받기가 좀 그렇더라고.”
올해부터 상품권을 받기 시작했다는 민갑순(66, 문정리) 씨는 초반엔 상품권이 낯설어 받지 않았다 고백한다.
“진짜 돈이 아니니까. 그런데 받아서 내가 장도 보고 물건도 사보니까 똑같더라고.”
상품권 가맹점을 신청한 지 한 달 정도 된 손정대(60,금구리) 씨도 초반엔 불안했다 말한다.
“돈도 아닌데 위조라도 된 거 가져오면 위험하잖아. 다른 가게들은 공무원들이 직접 와서 설명도 했다는데 난 그것도 못 들었고.”
상품권을 받는 상인들조차 상품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 보니 벌어진 상황. 옥천읍 삼양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선희(44,옥천읍 삼양리) 씨와 이상규(46, 옥천읍 삼양리) 씨도 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두 사람은 가게로 들어온 상품권을 환전하는 대신 지역 마트나 주유소에서 쓴다고 했는데 이 외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어디가 상품권을 받는 곳인지 잘 몰라요. 저희 가게에도 상품권 받는지 물어보는 손님이 많아요. 저희야 마트나 주유소 같은 곳에서 쓰니까 편한데 아직은 홍보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이런 상인들의 반응은 옥천사랑상품권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여전히 상품권의 존재를 모르고 있거나, 알더라도 사용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주민들이 많은 것.
옥천군 경제정책실 경제팀 최영찬 팀장은 “상품권 형태 다양화나 판매처 확대, 할인율 조정, 홍보 문제 등 다양한 부분에 있어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만 모바일 상품권이나 판매처 확대 부분은 예산 문제가 있고, 할인율 역시 행정안전부 권고안을 따르는 상황이라 조정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경품추첨권을 주는 행사를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 군청 공무원들은 월급 일부와 복지 포인트 일부가 상품권으로 지급되고, 7월부터 구매처도 늘어나는 등 지난해보다는 판매액도 늘고 관심도 더 커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6월 도입된 옥천사랑상품권 발행 예산은 총 9천600만 원(국비 4천800만 원, 군비 4천800만 원)이다. 1억 원에 가까운 예산 투입이 지역 내에서 어떻게 경제 순환 효과를 냈는지는 올 연말 진행될 판매처 비중 분석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연히 도움이 되지”
옥천사랑상품권이 유통된 직후 가맹점 신청을 했다는 유림과일백화점 황재현(57, 옥천읍 금구리) 씨는 상품권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며 미소 지었다.
“옥천 경제가 살려면 돈이 옥천에서 돌아야 하는데 상품권은 옥천에서만 쓰니까. 서울에서도 쓸 수 있는 다른 상품권이랑은 다르잖아요.”
지난해 군청 공무원이 방문해 설명해준 옥천사랑상품권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지역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바로 신청했다는 그. 다행히 상품권 가맹이 가게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상품권을 가진 사람들은 상품권 취급하는 가게를 찾으니까. 같은 과일가게라도 가맹점을 애용하죠.”
황재현 씨는 취지가 좋은 만큼 사람들이 상품권을 더 많이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시기마다 다르긴 한데 사용하는 사람이 늘긴 더 늘어야 할 것 같아요. 상품권이 (옥천에) 많이 돌고 있다는 느낌은 안 들어서요.”
상품권을 취급한지 약 1년. 시간만큼 바래버린 가맹점 스티커를 다시 붙이는 그에게 아쉬운 점을 묻자 크게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상품권 현금으로 환전할 때 마다 은행 직접 가는 게 좀 번거롭죠. 그래도 상품권 가맹은 계속해야죠. 지역 상권 살아나면 좋잖아요.”
월간 옥이네 VOL.26
2019년 8월 호
글 사진 이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