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우리밀 ‘농가빵’ 만드는 조광현 씨
동이면 평산리 산 중턱에 위치한 조광현(42) 씨 농장은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을 준다. 소박하지만 꼭 필요한 것들이 빠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 이 작은 마을에서 조광현 씨와 어머니 조영순(70) 씨는 닭과 밀을 기른다. 사과, 대추, 아로니아, 블루베리, 들깨, 옥수수도 있다. 일일이 열거하기 벅찰 만큼 많은 농작물이 자라는 밭은 사람을 잘 따르는 개 범이가 지킨다. 밭을 잘 지킬지 의문스러워도 사랑스러운 범이를 데려온 올해 봄, 조광현 씨는 난생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오는 아들을 조영순 씨는 타박하지 않았다. “그래, 늙어서 땅 밟고 살아야지.” 어머니와 동이면 평산리 밭을 둘러보던 조광현 씨 머릿속에 또렷한 그림이 한 장 그려졌다. ‘직접 기른 농산물로 우리밀 빵을 만들면 어떨까’
옥천 우리밀 빵을 연구하기까지
조광현 씨는 딸아이에게 호두나무를 복숭아나무라고 소개했다며 웃는다. 새내기 농민 조광현 씨는 삼양초등학교, 옥천중학교, 옥천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옥천 사람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조광현 씨는 디자인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느꼈다.
그렇게 우연히 접한 빵집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뚜레쥬르 제빵기사를 거쳐 시제이(CJ) 정직원으로 입사한다. 이후 조광현 씨는 해외 기술지도 및 품질관리 업무를 맡아 코이카(KOICA)와 협약을 맺고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지를 다니며 제빵 학교 교사를 양성한다. 일은 재밌었지만, 가족과 오래 떨어져 지내면서 1년에 한두 번 한국에 들어오는 생활이 점점 지쳤다. 이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우리밀 빵 만들기. 다시 빵이지만, 이번에는 빵만 만들지 않는다.
“이익을 목적으로 한 기업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앞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보기로 했죠. 하지만 일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농사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드니까 우리밀 빵을 떠올렸죠. 직접 재배한 신선한 재료로 만든 100% 우리밀 빵이요. 자신 있게 먹어보라고 할 수 있는 값진 빵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어요.”
먹어본 사람은 안다. 캔 깡통으로 만든 음식과 직접 기른 재료로 빚은 음식의 차이를. 조광현 씨가 우리밀 빵을 만들기 위해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직접 생산하지 않으면 재료와 빵 가격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준비를 했다. 어머니 조영순 씨에게 농사를 배우고, 농업기술센터에서 로컬푸드와 유기농업기능사 교육을 받았다. 우리밀 빵을 연구하는 동시에 옥천푸드 생산자·소비자 만남의 장터에 나가 우리밀 100% 빵과 농가빵 홈페이지(www.농가빵.kr)를 홍보했다. 지금은 농업회사법인 팜앤쿡 설립과 8월 6일 문을 여는 농가빵 공간을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어린이들이 빵 재료를 재배하고, 만드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체험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뜨거운 볕 아래 땅을 일구고 닭을 돌보지만, 그게 곧 빵을 만드는 일이기도 한 셈이다. 모자를 고쳐 쓰고 다시 밭으로 나서는 조광현 씨가 올해 2월부터 일궈온 농장을 소개한다. “허황된 꿈일지도 모르지만 천천히 준비하려 한다”는 말이 그리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 알찬 1천800평(약 5천950㎡) 농장이다.
농가빵 계란은 어떻게 생산될까
빵의 주원료는 밀과 계란이다. 넓은 울타리 안에서 돌아다니는 새까만 오골계, 청색 알을 낳는 청계, 덩치 좋은 토종닭을 바라보던 조영순 씨가 건강한 닭을 키우기 위한 조건을 말한다.
“예전에도 소일거리로 닭 175마리를 방목해 키웠어요. 그런데 어느 날 누가 닭을 다 훔쳐 가고 닭장에 불을 질러놓은 거예요. 너무 속상해서 다시는 안 한다고 했는데, 아들이 계란이 필요하다니 어떡해요. 유정란 사다가 집에서 부화 시켜 다시 닭을 키우기 시작했죠. 공장식으로 가둬 키우는 닭장과 달리 여기에는 생명이 살아 숨 쉬어요.”
아직 덜 자란 병아리와 다양한 색을 가진 닭이 닭장 안팎을 돌아다니거나 부화장에 들어가 알을 품는다. 닭장 한편에는 쌀겨, 깻묵, 고초균, 유산균 등을 섞은 사료를 숙성시키는 통이 놓여 있다. 숙성 재료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지라 “콩 나올 적에는 콩 찌끄래기를, 깨 나올 적에는 깨 찌끄래기를” 사료로 준다. 아직 나무와 밭작물이 어려 닭장에 울타리를 쳐놓았지만 나중에는 완전히 방목해 키울 생각이라고. 조광현 씨와 조영순 씨는 빵 만들 계란이 부족하다고 밤새 불을 켜놓고 부화를 재촉할 생각이 없다. 그저 “계란이 나오는 만큼만 만들면” 될 일이다.
농가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친환경 농사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풀 뽑기다. 몸에 좋은 농산물을 재배하는 일은 왜 이리도 지난한지. 잘 부풀지 않는 우리밀로 빵 만 드는 일은 또 어떤가. 조광현 씨는 지역 농산물을 응용해 다양한 우리밀 빵을 만드는 성취로 이 과정을 견딘다.
“외국 밀과 우리밀은 밀가루 성질이 달라요. 아마 날씨 등 다양한 영향이 있을 텐데, 외국 밀은 글루텐 때문에 빵이 부푼 채로 유지되는 반면 우리밀은 뻣뻣한 모양이 되거든요. 우리밀 빵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보니까 우리 농산물이 외국보다 다양하지 않아요. 농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가다보니 품목이 단순해진 거죠. 옥천 농산물도 응용하면 다양한 빵을 만들 수 있어요. 말린 복숭아, 아로니아, 블루베리가 밀가루·계란과 궁합이 괜찮거든요. 옥천 농산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빵을 개발하고 싶어요.”
그렇게 설탕을 제외하고 모든 재료를 옥천산으로 만든 우리밀 빵이 탄생했다. 농가빵 홈페이지에는 조광현 씨가 구상한 소박한 세계가 녹아있다. ‘농가빵.kr은 올바른 유통망과 우리 농산물로 만든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고 연구합니다.’ 건강한 지역 농산물로 우리밀 빵을 만들겠다는 조광현 씨의 꿈이 촉촉한 농가빵처럼 옥천에 스며든다.
월간 옥이네 VOL.26
2019년 8월 호
글 사진 김예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