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메뉴가 있는 식당 세 곳
토요일 밤,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채식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메일은 ‘오늘 식사 어땠어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현대인의 식문화는 육식 위주로 돌아간다. 많은 사람이 육식을 당연히 여긴다. 몸보신으로 고기를 먹으면 힘이 나고, 기념일에는 특별한 음식으로 고기를 먹어야 하고, 고기가 없는 밥상은 허전한 ‘풀밭’이라고 여긴다. 이 당연함은 핏기어린 고기를 볼 때 살아 움직이는 동물을 떠올리며 마음 아파하고, 회식으로 고기를 먹을 때 조용히 집에 들어가는 사람을 지운다. 식탁 너머에 동물 사료를 위한 대규모 농업과 그로 인해 굶주리는 사람들, 공장식 축산으로 고통받는 동물의 이름을 지운다. 이 이름을 기억하고자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을 사회는 ‘채식주의자’라고 부른다.
삼겹살과 갈비는 물론, 길에서 쉽게 염소탕과 토끼탕, 보신탕 간판을 볼 수 있는 농촌 지역에도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이 있다. 채식주의는 고기를 ‘죽어도 먹지 않는’ 지향이 아니다. 고기라는 이름 뒤에 지워진 고통을 기억하고자 하는 행동이다. 입맛, 종교 등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하기도 한다. 옥천에 살아가는 채식 지향인에게 물었다. ‘고기 없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어디인가요’
밤늦게 도착한 메일은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찾아 들어간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감정을 이야기한다. 메일은 이렇게 시작한다. “제가 지향하는 것은 적당히 먹는 것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이어진다. “식당에서 왜 답을 못했느냐면 너무나 많은 반찬을 그렇게 남기고 나오면 그 반찬들이 다 쓰레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메일을 닫고 식당에서 먹은 수많은 반찬을 떠올렸다. 육식만이 아닌, 당연하게 여겨온 많은 것이 의문스러워진다.
과수원집_ 곤드레밥
오혜영 씨
오혜영 씨는 주변 채식인의 영향을 받아 다른 생명체와 공존하는 삶에 가까워지고자 15년 전 채식을 시작했다.
“교사로서 생명 존중과 배려, 평화를 이야기하는데 제 말과 삶이 근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휴직 기간에는 계란도 먹지 않는 채식을 할 수 있었는데, 사회생활 하면서는 어렵더라고요. 그나마 급식을 먹지 않고 도시락을 싸 와요.
제가 채식을 한다고 말하면 가까운 사람들은 ‘몸에 문제없냐’고 물어요. 저는 고기를 먹지 않아도 충분히 건강하게 살아요. 여태까지는 주변에 적극적으로 채식을 말하지 않았어요. 이제 서로 연대해 문화를 바꾸는 걸 꿈꿀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옥천 식당에는 거의 모든 메뉴에 고기가 들어가는 데, 선택지가 넓어지면 좋겠어요.”
오혜영 씨가 추천하는 음식은 옛 37번 국도변의 과수원집 곤드레밥. 강원도 정선에 살았던 곽경순 씨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는 과수원집은 담백한 곤드레밥으로 이미 소문난 곳이다. 곤드레밥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새로 냄비 밥을 짓는다. 직접 농사지어 만든 열 가지 반찬과 시래깃국은 간이 과하지 않아 맛있다. 1인분도 가능하지만 냄비 밥을 하려면 여럿이 가는 게 더 좋다고.
충북 옥천군 옥천읍 성왕로 1454
오전 11시~오후 9시/ 명절 제외 연중무휴
043.732.0909
옥천묵집_묵칼국수
서동옥 씨
서동옥 씨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교리에 따라 일부 동물을 먹지 않는다.
“편한 사람한테는 (일부 동물을 먹지 않는다고)말하는데, 보통은 그냥 피해 먹죠.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왜 안 먹냐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길게 설명하지 않고 ‘아이들 아토피가 있어서’라고 둘러대고는 해요.”
서동옥 씨가 추천하는 음식은 옥천묵집 묵칼국수. 25년 세월을 자랑하는 옥천묵집에서는 도토리 묵밥, 도토리칼국수, 도토리수제비, 도토리파전 등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옥천묵집은 전국 각지에서 사 온 도토리를 직접 가공한다. 도토리를 분쇄해 가루로 만든 뒤 기계를 이용해 묵물을 만든다. 앙금으로 1시간 30분간 묵을 쑤면 완성이다. 도토리칼국수나 수제비는 밀가루와 도토리 가루를 섞어 반죽한다고. 실제로 맛본 도토리 칼국수는 되직한 국물과 쫄깃한 도토리 면발이 얼큰한 감칠맛을 낸다. 증약 막걸리와 직접 만든 식혜도 맛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라.
충북 옥천군 옥천읍 향수7길 8
오전 10시~오후 8시 일요일 휴무
043.732.7947
푸른농원_연잎밥
오회령 씨
오회령 씨는 동화읽는어른모임 활동을 통해 고기 소비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갔다. 원래 고기를 즐겨 먹지 않기도 했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옥수수의 습격> 등을 읽으면서 소비가 생산을 바꾸는데, 우리는 너무 많이 먹는다고 생각했어요. 기운 없을 때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맹신이 있고요. <마당을 나온 암탉>도 공장식 사육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육식과 에너지, 환경은 전부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 연결된 문제를 늘상 인식하지 않으면 수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닥칠 거예요.”
오회령 씨와 함께 먹은 음식은 푸른농원 연잎밥. 부지깽이, 깻잎 순, 샐러드 등 20여 가지 반찬과 연잎밥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콩고기가 따로 나오지만, 궁중떡볶이와 잡채에는 고기가 들어간다. 나물 반찬이 많아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메뉴는 연잎밥 한정식 하나이고, 미리 예약을 해야 하니 참고하자. 배부르게 먹고 식당을 나올 즈음, 향긋한 연잎밥 향기가 입안을 맴돈다.
충북 옥천군 군서면 금산2길 8-11
오전 11시~오후 2시 예약필수
070.4114.5060
월간 옥이네 VOL.26
2019년 8월 호
글 사진 김예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