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감자 상륙 직전, 옥천은?

by 월간옥이네


‘감자’ 하면 여러 순간이 떠오른다. 지글지글 끓는 불판 위에 감자를 구워 먹던 나른한 저녁. 불빛이 꺼진 놀이공원을 걷다 맡은 회오리감자 냄새. 삶은 감자로 속을 든든히 데우던 오후, 감자칩을 와그작 씹으며 더럽고 치사했던 일도 와그작 털어버리던 밤. 언젠가 감자를 캐며 느꼈던 흙의 질감은 또 어떤가. 흙을 걷어낼 때마다 보이는 큼직한 감자를 기쁨 마음으로 캐냈더랬다. 하지만 이제 감자를 살 때도, 감자로 만든 과자를 만들 때도, 감자를 캘 때도, 심지어 감자를 먹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도 ‘유전자변형(GMO) 감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용 GMO감자 수입을 위한 안전성검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제 ‘감자’ 하면 복잡한 유해성을 떠올리게 됐다. GMO 감자는 감자를 튀길 때 생기는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를 억제시키고, 갈변 현상을 막기 위해 미국 심플로트사에서 개발한 품종이다. 갈변도 막고, 발암물질도 줄었으니 좋은 게 아닌가 싶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다르다. 아크릴아마이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이미 국내에서 활용하고 있어 굳이 GMO을 수입하지 않아도 그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것. 또 갈변 현상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도려내거나 아예 먹지 않고 버렸을 감자를 모르고 먹어버리는 일이 생긴다. 직접 GMO감자를 개발한 카이어스 로멘스 박사는 <판도라의 감자-최악의 GMO>라는 책에서 GMO감자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로렌스 박사는 다른 GMO작물과 달리 특정 유전자를 삽입하는 게 아니라 억제한 GMO감자에는 오히려 독성 물질이 증가한다고 우려하며 자신의 연구를 후회했다.


진짜 문제는 소비자가 GMO감자와 일반 감자를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저렴한 가격에 유통된다면 우리 식탁 상당부분을 GMO감자가 차지하게 될 것이고, 유전자변형식품 표시 의무가 없는 한국 소비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을 사먹어도, 슈퍼에서 감자칩을 사먹어도 GMO감자라는 사실을 알 수 없다.

옥천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농민, 감자 요리를 먹는 소비자, 학교 아이들의 급식을 챙기는 영양사는 이 사실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농민

IMG_8136.JPG (왼쪽부터) 이춘식, 황중환 씨


안내면 현리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이춘식(60) 씨는 관행농을 짓다 옥천군 친환경 학교급식이 시작되며 친환경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친환경은 농산물 가격이 안정적이고, 학생들이 좋은 먹거리를 먹는 데 일조한다는 게 좋았다. 현재 이춘식 씨는 무농약 감자 3천 평을 재배해 학교급식, 한살림으로 출하한다.


“감자는 토양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서 같은 땅에 같은 감자를 못 심어요. 감자 수확해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 매번 강원도에서 씨감자를 가져오는 거죠.”


농약을 쓰지 않고, 화학비료를 3분의 1만 쓰면서 감자농사를 지었다. 이춘식 씨는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GMO감자 수입은 체감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엠오에 관해서는 예전부터 들었어요. 농민회원들끼리 가서 농성도 하고요. 그런데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아요. 그런데 감자가 전분이나 과자에 다 들어있으니 안 먹으면 되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 수입 밀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밀 생산을 안 하는 것처럼, 감자도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이춘식 씨는 GMO감자가 수입되면 소비자는 감자를 찾지 않을 것이고, 기업은 더 싼 GMO감자를 소비해 한국 감자 자급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함께 있던 옥천군농민회 황중환 전 사무국장은 정부의 스마트팜, 영농 법인화, 종자산업법 등을 들며 GMO감자 수입을 농업의 기업화 맥락에서 짚는다. 소농을 육성하는 대신 경쟁과 규모화를 부추기는 기업 중심 정책이 GMO감자를 들여왔다는 것이다.


“GMO감자가 들어오면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될 것”이라는 이춘식 씨는 다음 세대 농사를 걱정한다.


“해 바뀌고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우리 앞자리가 바뀌었다! 이러는 거여.(웃음) 올해로 60살이더라고요. 우리는 앞으로 농사 많이 지어봐야 20년일 텐데, 이런 상황에서 밑에 세대가 농업을 짊어질 수 있을까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소비자

IMG_8324.JPG 이연희 씨


이연희(47) 씨는 병치레가 잦았던 20대를 보낸 뒤 건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먹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혼 후 낳은 영원(16)이, 영록(11)이도 부족함 없이 먹여 키웠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유전자변형 농산물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단순히 ‘잘 먹는’ 게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언론에서 GMO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고 알았어요. 썩지 않고, 병충해에 강하고, 시중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도 모른다고요. 안 먹고 싶어도 안 먹을 수 없는 거니까 무섭죠.”


아이들은 간식으로 감자를 잘 먹는다. 집에서는 찐감자에 파슬리, 치즈를 뿌려 먹고, 패스트푸드점 양념감자는 너무 좋아해 일부러 사먹을 정도다. 이렇게 친숙한 간식에 GMO감자가 섞여 들어온다는 뉴스에 이연희 씨는 걱정이 앞선다.


“GMO감자 개발자도 ‘판도라의 감자’라고 했다는데, 왜 그런 걸 한국이 소비해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미 친숙한 감자 유전자를 조작해 유통하면 문제가 클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계란 항생제, 가짜 유기농을 골라 먹어야 하는데 거기에 감자까지 더하는 거잖아요. 아이들이 김, 계란, 두부 다음으로 많이 먹는 게 뭐겠어요. 감자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자는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연희 씨는 고개를 돌려 어린 아들을 바라본다.




영양사

IMG_3118.JPG (오른쪽에서 세 번째) 최문희 씨


GMO 성분에 대한 표시가 없으면 소비자는 별 방법 없이 유전자조작 식품을 먹어야 한다. 그건 학교급식도 마찬가지다. 옥천여자중학교에서 15년째 영양사로 일하는 최문희(46) 씨는 급식에 쓰는 식재료가 GMO가 아니라고 단정 짓지 못한다.


“감자 메뉴 중 시중에서 쓰는 건 고로케예요. 국산을 쓴다고 하는데 GMO 표시는 안 되어있으니까 모르는 일이죠. 표시가 돼 있으면 단가가 싸더라도 구매를 안 할 텐데요. GMO 식품이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변형이고, 건강상에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영양사도 GMO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이 많지 않다는 게 최문희 씨의 말이다. 처음에는 문제 없이 식탁 위로 올라도, 결국 하나씩 GMO 품목이 늘어나면 분명 문제가 될 거라고. 이 문제가 “확 와 닿지 않는 이상” GMO 식품은 언제까지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월간 옥이네 VOL.20
2019년 2월호
글 사진 김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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