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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현 Jan 23. 2021

마음이 불안한 날

흘려보내고 싶은 내 안의 불안감.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면, 그날따라 운이 유독 좋은 날이 있다. 버스랑 지하철이 타이밍을 딱딱 맞춰서 오는 날. 횡단보도에 갈 때마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는 날. 과제를 제대로 못 해갔는데 휴강인 날. 심지어 엄청나게 드문 확률로 경품 추첨 이벤트에 당첨된 날까지! 이처럼 뜻하지 않은 행운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날. ‘어떻게 이렇게 운이 좋지?’ 


하지만 그런 날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순전히 운이어서인가? 내 일상에서는 이렇게 쉽고 잘 풀리는 날보단 걱정이 많았기에, 운이 좋은 만큼 작은 불안감도 생긴다. ‘나한테 왜 이런 행운이 생기지? 오늘 기쁜 만큼 다음에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거 아닐까?’ 마치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운 ‘운수 좋은 날’ 소설처럼. 정말 행복할 수 있는 하루임에도 불구하고, 그 날을 온전히 100%로 즐긴 적은 없는 것 같다. 은연중에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을 자신에게 대입하곤 하는 나는, ‘운수 좋은 날’이라는 소설을 괜히 읽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불안감이 많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이런 막연한 불안감이 커질 때면 한동안 모든 일에 집중을 못 하고 무기력하게 지내곤 한다.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설마 하는 마음으로 불안해했던 일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기뻐했던 정도 만큼의 힘든 일도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함과 초조함은 남아있다.


불안함은 남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대부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별 거 아닌 말이지만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되었다. 어떤 일이든지 원인을 항상 외부에서 찾는 버릇이 있었는데, 결국 원인은 내 안에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누군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내 스스로 흘려보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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