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아니, 요새 세상에 어떻게 문을 열어놓고 있을 수 있지?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그리고 그 동네는 대낮인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아무도 없이 한적해?’
착한 눈을 가진 여자, 윤소라를 지켜야 한다는 임무라도 부여받은 사람처럼 남자는 옥탑방을 나섰다. 집 밖을 나오자마자 후드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는 습관적인 행동도 오늘은 잊은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7권 대출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무인대출반납기 화면에 뜨자, 마치 보물을 챙기는 사람처럼 책들을 백팩에 넣고 쏜살같이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이제 편의점만 들른 후 집에 돌아가면 된다.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인아주머니께서 그녀를 진심으로 반겼다.
“아잉, 우리 이쁜 언니 왔네~! 얼굴을 가끔 보니 더 반가워~!”
“네네, 아주머님도 잘 지내셨죠?”
숨겨왔던 밝은 미소가 윤소라의 얼굴에서 빛났다.
“그럼 그럼, 나야 늘 똑같지. 이 편의점이 내 세상이고 손님들이 내 친구지.”
‘모든 손님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아줌마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한 윤소라는 좋아하는 간식들을 사서 아줌마의 착한 눈과 한 번 마주치며 인사한 후 편의점을 나왔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1시다. 아침에 믹스커피 한 잔만 마시고 나와서 그런지 배도 고프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설레는 봄바람에 살짝 긴장이 풀렸던 걸까? 아까부터 그녀를 주시하던 젊은 남자의 음침한 시선을 놓치고 말았다. 집 근처 골목길까지 아무런 눈치를 못 챘던 윤소라는 누군가가 자신의 뒤를 쫓아오고 있다는 오싹한 기분에 뒤를 홱 돌아봤고 검은 모자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전봇대 뒤로 숨는 것을 목격했다. 마치 검은 그림자 같은 그 남자를 보자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누군가가 있나 살피면서 뛰다시피 집으로 향했다. 이제 100m 만 더 가면 집인데, 이상하게 사방이 너무 고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검은 모자의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골목길에는 그녀와 담벼락 위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길고양이 한 마리만 있을 뿐이었다.
‘내가 잘못 본 건가?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었나? 어쨌든 이제 저 골목만 돌면 안전한 나의 집이야. 나의 안전한 집, B101, B101…….’
윤소라는 무슨 주문처럼 B101을 말하며 빠른 속도로 걸었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강력한 힘으로 그녀의 상체를 잡고 목에 칼을 들이댄 채 귀에다 작게 속삭였다.
“소리 지르면 죽는다.”
악마 같은 목소리를 듣자 이제까지 열심히 봤던 범죄 영화도 스릴러 영화도 다 소용없었다. 저항 한 번 못하고 후미진 뒷골목으로 질질 끌려갔다. 마치 도살장의 동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