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동명이인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 입사한 000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회사 메신저에 뜬 너의 이름 세 글자를 한참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아니 어떻게 그동안 이런 일이 없었을 수가 있지?
흔한 이름은 아니었다. 흔한 성도 아니었다.
나에게만 특별한 효력이 있던 그 이름 세 글자는 문자 그대로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깨부터 머리끝까지 간질간질해지는 설렘과, 가슴속 깊숙이 몽글몽글하게 피어나는 감정으로 어쩔 줄 몰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곤 했던 때가 있었다.
내 20대 시절의 행복, 슬픔, 희망, 사랑을 담고 있는 그 이름.
그 이름을 대책 없이 마주한 내 사무실 책상에서 이제는 예전과 다른 표정으로 그 이름을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니 얼마 전 직원들이 수군거렸던 말들이 떠올랐다. 개발팀에 잘생긴 직원이 들어오니 렌즈를 끼고 보러 가겠다는 둥 자리배치를 다시 요청하자는 둥 하는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이었다.
어떤 사람일까.
너처럼 따듯하고 웃는 게 멋있는 사람일까.
너처럼 안경을 썼을까.
누구든 잠시나마 그 아이를 떠올리게 해 줬다는 것에 감사하다.
이제는 예전만큼의 설렘은 잃은 이름
그래도 바라보는 것만으로 어쩔 수 없는 이름
이제는 자주 보게 될 너의 이름
더 익숙해져 버릴 것만 같은 그 이름 앞에서 왠지 모를 서운한 마음에 메신저를 닫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