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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름 모를 씨앗 하나
어딘지 모를 곳에 몸을 숨기고
신의 장난에 내 숨을 맡겨본다
해가 뜨면 뜨는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그저 그렇게 나를 맡긴다
두꺼운 껍질을 부수고
푸석한 모래 밖으로 고개를 내밀길
그런 날이 나에게도 오길
그저 기다리고, 기다려본다
여전히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다
때론 해가 뜨고, 어둠이 찾아왔다
힘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몸뚱이는
이제 이름 모를 풀이 됐다
힘 없이 흔들리는 몸뚱이는
주변에 아름답게 피어난 꽃을 부러워한다
사람들은 그것들과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쁘다며 보고 눈부신 웃음을 보여준다
나도 저리 될 수 있겠지
나에게도 누군가 찾아와 웃어주겠지
누군가 내게도 아름답다 해주겠지
부푼 꿈을 갖고 오늘도 살아간다
어쩐지 힘이 빠진다
주변에 아름답던 꽃들도 사라지고
내게도 필 줄 알았던 꽃은 보이지 않는다
그마저 있던 머리도 계속 숙여진다
나는 무엇이었나,
내게도 아름다움은 있었나,
그저 신에게 맡겼던 내 숨은
잠시 심심했던 신의 장난이었나
결국 모든 시간이 멈춰버린 난
여전히 이름 모를 잡초로 남아
그저 수많은 꽃들 사이
못 다 핀 꽃 한 송이조차 되지 못하네
이름도 모를 씨앗은
이름도 모를 풀로 남아
그렇게 다시 신의 품으로 돌아가
그의 발아래 잠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