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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린 Feb 22. 2024

ep29. Happy Birthday

퇴근길에 케이크를 사 와서는 12시 땡 하자마자 촛불을 불어야 한다는 너.

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빨리 생일을 챙겨주는 존재가 생겼다.

(12시 되기 직전까지는 방에서 게임하다가 12시가 되자마자 거실로 나와 생일축하해! 하고 노래를 불러주고는 케이크 한 입 먹은 뒤 곧장 다시 방에 들어가 게임을 하느라 나를 독수공방 시키긴 했다만) ㅎㅎ 그래도 고마운 일.


들고 온 케이크는 내가 좋아하는, 먹고 싶어 했던 케이크가 아닌 다른 케이크.

하필이면 (맛있기 때문인지) 그 케이크가 다 팔려 어쩔 수 없이 사 온 딸기가 듬뿍 들어간 초코케이크지만 그래도 좋아.

난 원래 초코케이크를 좋아하거든. 딸기도 좋아해.


촛불을 끌 때는 두 눈을 꼭 감고 소원을 빈 다음, 한숨에 촛불을 다 꺼야 한다.

그래야만 부정타지 않고 소원이 잘 이뤄질 것 같아서.

촛불을 끌 적에 내가 비는 소원은 늘 정해져 있었지. 만 그 소원은 영 이루어지지 않았고 (예전 남자친구와 결혼하게 해 달라는 소원) 앞으로도 이루어지지 않을 테다. (너와 결혼하게 됐으니까.)

다만 그건 널 만나기 이전의 소원이었을 뿐.

그 이후로 내가 비는 소원은 사업 잘되게 해 주세요, 우리 가족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게 해 주세요. 등이 있다.

지금처럼만 행복하게 해 주세요. 도 괜찮은 소원이지.

뻔하다고 하면 뻔하지만 일상을 지탱하는 힘은 거기서 나오니까.

좋은 것 같아. 이 소원으로 할래.


생일선물로는 뭘 받고 싶냐는 네 질문에, 한참을 고민해 봐도 좋은 답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너만 있으면 돼."하고 뻔하고 식상한 대답을 해버렸다.

갖고 싶은 게 없는 걸 어째.

이유는 아마도, 필요한 건 뭐든지 다 있거든.

남편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아이도 없지만) 그래도 괜찮아. 난 이미 많은 걸 가진 행복한 사람이야.

마음만큼은 부자야.


다음날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촛불을 끌 때에는 아빠가 이렇게 말했지.

"내년부턴 우리랑은 안 해도 되겠네."

"왜?"

"이젠 네 서방이 챙길 거 아냐."


글쎄, 이번에도 내 서방이 먼저 챙겨주긴 했지만..

그래도 난 영원히 당신의 딸내미라서..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사랑하는 가족 구성원이 한 명 늘었을 뿐이야.

내년에도 다 같이 축하해 주면 좋겠어!


그러고 보니 올해는 전년과 다르게 생일인데도 연락이 잠잠하다.

조금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생일이 뭐 대수라고. 그냥 넘어가도 그만이지. 생각하던 저녁 무렵.

부랴부랴 연락이 와서는 친구가 왜 생일인데 카톡에 안 뜨냐 묻는다.

그제야 확인해 보니 아 생일 알림을 꺼뒀었구나.

다시 알림을 켜고 좀 지나자 늦은 저녁이지만 축하한다는 사람들의 연락이 쏟아졌다.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내 생일인걸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챙겨주는 사람 모두 고맙다.

잠깐만. 그럼 생일 알림이 뜨기 전부터 날 챙겨준 사람들은 뭘까, 얼마나 고마워해야 하는 일인지.. 감동.

어떻게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을까.

대단한 사람들. 대단한 내 친구들. 모두모두 감사하오.


그래서 결론은, 좋았다구.

해피한 벌스데이였어! 그야말로 행복한 생일^^

별거 없어도 행복해. 내 인생은 요즘 그래.

그러니 당신도 부디 행복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모두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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