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될 거야’, ‘언젠가 해 뜰날이 올 거야’, ‘원래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지 ‘. 인생이 버겁게 느껴질 때 이런 말들은 종종 다시금 희망을 갖고 힘을 내게 해주기도 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인생이 항상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처럼 항상 어려우리라는 법도 없으니까. 그래서 보통은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 스스로의 인생에도 좋은 일이 생겨 이 모든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현재의 어려움을 버텨나간다.
그런데 나는 힘들 때 그 말들이 전혀 희망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웠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라서가 아니다. 차라리 기약이 없더라도 언젠가 오겠지,라는 생각이었다면 괜찮았을 거다. 남들이 말하는 좋은 날, 그런 날은 나의 미래에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하는 일마다 이상할 정도로 잘 되지 않는 느낌이었고, 그 전의 내 인생과는 너무도 다른 흐름에 이 시간을 부정하고 싶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시점부터 내 인생이 갑자기 가라앉고 있다고 느꼈다. 누구나 인생에 피는 시기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 피어났고 이미 지는 꽃이 되어버린걸까. 불안하고 절망스러웠다.
돌이켜보면 나는 살면서 참 많은 것을 가졌다. 좋은 가족들이 있고, 공부도 꽤 잘했으며,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했고, 심지어는 결혼도 잘해서 세상에서 가장 자상한 남편도 얻었다. 대학원도 약간의 우여곡절 (아마 여기서부터 조금 인생이 달라졌다고 느꼈다)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원하는 곳에 진학해서 졸업도 했다. 그러니까 내 인생은 이미 행운으로 가득했다, 세상이 힘들게 느껴지지 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나는 진작 가진 게 많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그다음에는 어쩌면 앞으로 내 인생에 더 주어지는 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겪었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서러움, 그리고 미래에 어두운 시간만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무서움과 불안함이 꽤 오랫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깨닫게 된 것 같다. 아니 받아들이려고 한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인생은 원래 내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나의 인생에 항상 보상이 있어야 하는 법도, 항상 성공해야만 한다는 법도, 항상 해피엔딩 이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려 한다. 나는 내 인생에서 특별한 존재이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특별한 ‘나’ 들이 있으니까. 우리는 세상 속에서 모두 사이좋게 빛나야지, 나만 항상 빛날 수는 없으니까. 나는 그저 나로서 살아갈 뿐이고 그에 더해 좋은 일은 생길 수도,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처럼 앞으로 내 인생에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니 오히려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더욱 감사하게 되었고, 어쩌다 선물같이 찾아온 작은 기쁨도 놓치지 않고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결과나 성공에 덜 집착하니 마음도 훨씬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의 생각의 변화와 받아들임 또한 당연하지 않다. 그동안의 내가 누렸던 행운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게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고 이야기하려 한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보이고, 빛을 알기에 어둠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오늘도 나의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는 한 마디, 잘 되지 않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