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과정과 달리기 과정은 비교할수록 닮았다. 달리면서 소설에 대해 생각한다. 생각이 떠오르거나, 어떤 장면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스치면 최대한 기억하기 위해 집중한다. 그렇게 달리기를 이어간다. 소설을 쓸 때는 찌릿한 무릎을 걱정하며 달리기를 생각한다. 쉬어야 하는 날과 달릴 수 있는 날을 배분한다. 힘들어도 끝까지 뛰었던 기억은 여러 종류의 고통에 대해 떠올릴 수 있다. 아파서 포기하고 싶은 고통, 여름의 습함에 숨이 차는 고통, 더 달렸다가는 정말 몸이 안 움직일 것 같은 고통 같은 것들에 대해서다. 또 하나는 다른 나로 분리하여 달리는 나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고통이 아니라 응원일지도 모르겠다.
10월 하프마라톤 준비로 긴 거리를 뛰고 있다. 무릎의 상태가 우려가 돼서 큰 무리는 하지 않기로 한다. 아파도 하프마라톤 때 아파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나는 연습을 하면서 마음을 정했다. 대회 때, 무릎을 믿기로 하자. 12km와 13km를 뛰었다. 이 정도의 거리를 뛰면서도 10km 넘어가면 조금씩 아픔이 온다. 이건 근육의 부재고 운동의 부족이다. 평소에는 무릎이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무 일 없어야 한다는 걱정이 든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15km?, 18km? 어쨌든 21km에 가까운 거리를 뛰어야 한다. 무릎상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하프마라톤 당일에 아파서 뛰지 못한다면 헛수고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프지 않도록 거리를 잘 배분해야 한다.
잘 배분해야 하는 것은 소설도 마찬가지다. 소설의 구조를 짜면서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포인트엔 결국 오류가 생긴다. 치명적인 오류 중 하나는 소설의 방향이 앞으로 가지 않고 자꾸만 과거로 가서 이야기를 푸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생각에만 머물러 있다. 생각에만 머물러 있고, 과거에 빠져들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지적받는 내 한계가 되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턴 구조를 짤 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수정한다. 물론 더 나아지기 위해서다. 소설의 구상을 마칠 때쯤엔 첫 장면을 쓰기 위해서 여러 번 수정을 하거나, 오랫동안 백지의 상태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본다. 첫 문장의 시작은 결국 결말에도 영향을 미친다. 구조를 아무리 잘 짯더라도, 쓰면 쓸수록 처음 짯던 구조처럼 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쓰고 나면 나는 어떤 것을 쓰고 싶었던 걸까, 쓰고 싶었던 것을 썼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달리기를 출발할 때 처음 발을 내딛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달릴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소설과 달리기의 차이점 하나가 있다. 달리기는 포기해도 충분히 다시 달리면 된다. 달릴 수 있는 날이 그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계획된 소설은 반드시 마감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차이점으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이어나가는 것, 그 마음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