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아무리 부족한 것 없고 행복해 보여도 나름의 스트레스는 있게 마련. 세상 혼자 사는 것이 아닌 데다 혼자 산다고 해도 다양한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고 눈알을 부라리는 맹수처럼 스트레스는 쉴 틈 없이 우리에게 뻗쳐온다.
20대 때 한 한방병원에서 체질 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나는 몸에서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지 못하는 체질이라고 했다. 정확한 설명은 들어도 모르겠고, 생리불순, 편두통 같은 것들이 스트레스로 인한 것들이겠구나 싶었다. 당시엔 심각성을 이해하기보단 신기했고, 나를 발견하고 납득하는 데만 신경을 쏟았던 것 같다. 그때 알았어야 했다. 스트레스가 몸에 쌓이든 정신에 쌓이든 누적된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는 것을.
스트레스는 맑았던 내 마음에 구정물이 퍼지듯 차츰 범위를 넖힌다.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구나 자각할 땐 이미 구정물과 동기화 된 이후일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스 해소하는 방법을 꼭 찾아야 한다. 완전한 해소는 되지 않더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알아야 한다. 구정물을 정화할 수 있는 필터를 마련해야 한다. 나를 들여다보고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러분은 무엇으로 스트레스를 푸는가. 아니, 스트레스를 풀기는 하는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선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술과 담배, 폭식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것들은 순간적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된 듯 느끼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몸에 축적돼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가져온다. 술은 간에, 담배는 폐에 독이 되고, 폭식은 모든 병의 근원이라는 비만으로 이어진다. 순간적으로 달콤하지만 결국 쓴맛에 지배당한다.
나의 남편은 담배를 끊으라는 나의 말에 '담배라도 피워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지 않냐. 담배 펴서 죽는 것보다 스트레스로 죽는 게 더 빠를 거다.'라고 주장한다. 어떤 과학적인 증거나 통계는 없지만 너무도 강한 그의 믿음에 혀를 찰뿐이다. 술과 담배, 폭식은 어리석은 짓이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선택지에서 제거해야 한다.
담배보다 더 흔한 것이 술이다. 화가 나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기분이 나빠서 술을 마신다. 정신노동과 마음의 상처에 비례하게 원샷을 하고 빈 병이 쌓여간다. 정신을 잃을 듯 마시고 나면 울분이 가실 것 같지만 순간 망각하는 것일 뿐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의 병에 몸에 병까지 더해진다.
폭식은 어떤가. 음식물을 와구와구 입 속으로 구겨 넣어도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쉬지 않고 몸속에 음식물을 주입해 배는 두둑해지지만 마음은 헛헛하다.
나는 바보 같은 그 방법 중 술을 택했었다. 그렇지 않아도 술에 센 편이데 진탕 취할 때까지 마시려니 빈 장독에 쏟아붓듯 들이마셨다. 내 속은 후련해지지 않았다. 여전히 스트레스가 나를 파고들었다. 게다가 심한 숙취로 괴로움까지 얹어졌다. 그뿐 아니라 폭식도 잦아 몸은 고무줄처럼 늘어나 끊어질 지경이었다.
그런 시간을 몇 년 간 쌓아 올리다 깨달았다. 술이나 담배, 폭식은 나를 망칠 뿐이라는 것을. 그것들이 내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는 것을. 그 이후로 화가 나고 힘들고 스트레스로 폭발하려고 할 때 다른 방법을 찾아 행하고 있다.
내가 찾은 방법은 혼커(혼자 커피 마시기)다. MBTI가 ENFP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서도 에너지가 충전된다는 것을 알았다. 동네 혹은 가까운 커피숍을 찾아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보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있기도 한다. 꼭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사람들과 왁자지껄 수다를 떠는 것도 좋지만 혼자 조용히 보내는 시간도 못지않게 소중하다. 어쩌면 내겐 사람들에게서 얻는 에너지만큼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일이 스트레스가 됐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챙기느라 입과 귀가 쉴 수 없기에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은 오롯이 내게 집중할 수 있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 나를 맞추지 않아도 된다. 그 시간만큼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내가 힘든 이유, 화나는 이유, 스트레스받는 이유에 대해 마음을 열고 생각할 수 있다. 온전한 생존을 위한 나만의 살 길을 찾을 수 있다. 덕분에 마음의 평안을 찾고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횟수도 줄고 있다. 칙칙했던 내 삶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니, 여러분도 스트레스가 쌓이게 두지 말고 열성적으로 찾길 바란다. 크고 엄청난 것이 아니어도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상의 것을 찾으면 된다. 무엇이 됐든 침체돼 있는 영혼에 양분이 돼 여러분의 생에 활기를 더할 것이다.구정물이 정화돼 다시 맑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