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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Aug 31. 2024

집에서 삼겹살을 굽는 마음

저렴하게 한 끼 잘 버텼다

삼겹살이 먹고 싶었다. 지글지글 구운 고기 한 점을 마늘과 함께 상추에 싸 크게 한 입 먹으며 소주 한 잔 더하면 한 주의 피로가 싹 가실 것만 같았다. 동네 삼겹살 맛집을 떠올렸다. 어디가 맛있을까. 열심히 생각하다 그대로 접기로 했다.


외식은 무슨. 그냥 집에서 먹자!!


연말까지 생활비를 최소화하기로 했는데 삼겹살 집은 아무리 생각해도 오버였다. 우리 네 식구 든든히 먹으려면 6인분은 시켜야 하고, 소주에 냉면도 추가할 텐데..  보통 삼겹살 1인분에 15,000~18,000원이고... 한 번 다녀오면 10만 원은 우습다.


Image by jake yoon from Pixabay


고민하다 집에서 굽기로 했다. 사실 집에서 고기를 굽는 건 주부 입장에서 부담이 된다. 일단 사방팔방 기름 범벅이 된다. 주방 렌지에서 구워 내놓는다면 좀 낫지만 우리는 식탁에 버너를 올려놓고 굽기로 했으니 바닥에 기름이 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과정을 생각하니 허리가 뻐근한 듯했지만 나만 조금 고생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든든히 먹을 수 있다. 마침 대형마트에서 삼겹살 행사를 하고 있어 1kg을 2만 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살 수 있었다. 집에 냉면재료도 있었으니 냉면값도 세이브. 앗싸~!!


상추를 씻고, 오이를 깎고, 고추장과 쌈장과 고추냉이를 덜고, 김치를 꺼내고, 고추와 마늘을 썰고... 가족의 기호에 맞춰 물냉면에 비빔냉면까지 준비했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어찌나 손이 많이 가는지.


Image by 영림 손 from Pixabay


남편은 부지런히 고기를 구웠다. 비지땀을 흘리며 준비한 저녁상, 잘 먹는 가족을 보니 그래도 집에서 먹길 참 잘했다 싶었다. 이런 게 주부의 마음인가.


모두가 배불리 먹고 떠난 자리엔 기름과 여러 양념이 뒤섞인 그릇들, 그리고 미끌거리는 식탁과 바닥이 남아 있었다.


그릇부터 싱크대로 옮기고 식탁과 바닥에 소주를 뿌려가며 물걸레질을 했다. 기름기가 없어질 때까지 뻑뻑 닦았다.


휴~.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구나. 미리 신문지를 준비해놓지 못한 나의 무지함을 탓해야지, 뭐.


기름칠이 된 그릇들까지 처리하니 시간은 한 시간쯤 흘러 있었다. 그제야 허리를 두드리며 식탁에 앉아 차가운 커피 한 잔을 들이켰다.


깔깔대며 보드게임을 하고 있는 남편과 아이들을 보니 배처럼 마음도 든든했다.


은 좀 힘들었지만 오늘 한 끼도 나름

 잘 아껴서 해결했다~!! 내일도 삼시 세끼  해 먹어 보자. 냉장고를 샅샅이 털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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