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36,000원을 벌었다. 하루 세 시간, 시급 12,000원의 단기 알바를 한 결과값이다.
알바ㅊㄱ, 알바ㅁ 등 내게 맞는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하루 #단기 #커피차 라는 키워드가 시선을 사로 잡았다. 시급이나 거리도 괜찮았는데 무엇보다 아이들 케어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다. 하교 후 학원 한 군데씩만 잘 다녀오면 되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단 하루만 하는 일이었다(일하는 것을 남편이 좋아하지 않음).
'어쩌면 연예인을 볼 수 있을지도 몰라'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그것보단 40대의 쭈글쭈글한 나를, 뚱뚱하다 못해 몸이 터질 것 같은 나를 써주는 곳이 있다는 게 좋았다.
이건 나를 위한 일이야!!
두 대의 커피차에 세 사람이 나누어 배치됐다. 한 곳에서는 커피 및 음료를 제조하고, 한 차에서는 간식으로 츄러스와 닭강정을 제조해 포장하고 나눠주는 일을 했다. 츄러스를 전용 포장지에 담고, 튀긴 닭에 양념을 고루 묻혀 그릇에 담는 것까지가 나의 일이었다.
더운 날씨에 옷 속에서는 땀으로 전쟁이 나고, 닭강정 소스를 섞느라 팔에서 불이 나고, 손에는 소스가 묻어 거미줄처럼 끈적이고, 계속 서 있느라 다리가 퉁퉁 부었지만 즐거웠다. 나도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구나, 뿌듯함이 차 올랐다.
겨우 시급 12,000원의 단순 노동인데도 내가 쓰일 곳이 있다는 게 몹시 기뻤다. 묘하게도 살아있는 기분이었다.우리집 가계에 나도 조금이나마 물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꽤 큰 성취감이었고.
퇴근길에 사장님이 싸 준 닭강정 한 그릇을 아이들에게 내놓았다. 맛있다며 서로 포크를 들이대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받아온 거야~"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아이들은 엄지척으로 내 자신감과 자존감을 더 높였다.
세 시간 일한 일당은 다음 날 바로 입금됐다. 오랜만에 내가 일해서 번 돈. 겨우 36,000원이지만 체감 360만 원어치의 뿌듯함이었다.
집에만 있는 주부로 살다 보니 내 세상은 갈수록 좁아지고 그것과 비례하게 자존감은 무너진다. 내 이름 대신 누구의 엄마나 누구의 집사람 정도로만 불리는 일이 잦다.
그래서 열렬하게 일을 하며 (속물같겠지만)금전적인 보상을 받는 생산적이고 진취적인 일을 하고 싶다. 나이를 먹으며 그런 기회가 더 적어진다는 건 실로 슬픈 일이다.
그날 이후로 더 열심히 알바 자리를 찾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사이에, 혹은 학원 한 군데 다녀오면 될만한 시간에 할 수 있으며 나이나 외모에 제한이 없는 일. 단기로 하루 이틀씩만 할 수 있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