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니슨 Aug 25. 2024

어머님은 제사음식 줄이자 하셨어

GOD <어머님께> 개사

내일은 또 제사다. 이번 제사에도 음식의 종류를 줄이고 양도 조금만 하자고, 어머님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특히 전은 냉동전을 사다 계란 입혀 다시 한 번 부치기로 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수고가 많이 준다. 그런데, 오늘 장보는 건으로 어머님과 통화를 하는데 한동안 올리지 않던 삶은 닭에 수박 얘기를 하시는 것이었다. "어머님~ 음식 줄이자고 하셨잖아요~~??"


이번 제사를 준비하는 며느리의 마음 상태를 GOD의 <어머님께> 가사에 빗대 적어 봤다.


어려서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고

결혼한이후 제사음식 깜짝놀랐지


남들 다하는 외식 몇번 한적이 없었고

음식 종류가 너무 많아 당황을 했었지


일터에 나가신 어머니 집에 없으면

주방엔 시누이 두명이 함께 있어서


언제나 혼자서 끓여먹었던 라면

어머님 세분의 눈치를봤던 제사


그러다 라면이 너무 지겨워서

온종일 전부쳐 나물 무쳐내고


맛있는것좀 먹자고 대들었었어

탕국끓이고 고기도 두종류삶아


그러자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낙지도 손수말아 낙지호롱 준비해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머리달린 생닭등장에 기절할뻔

 
자장면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남편은방에서 코골며 자고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세명의 시어머니 나만 외딴섬 같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원래보단 적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원래보단 적다고 하셨어


야이야이야아아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후회하고 눈물도 흘리고

제사는 누굴위해 이렇게 고생하고 눈치를 보는가


야이야이야아아
그렇게 살아가고 너무나 아프고 하지만 다시 웃고

10년이 지나보니 이제는 큰소리 당당한 며느 리~


중학교 1학년때 도시락 까먹을때

결혼전 우리집도 제사를 지내는집


다같이 함께 모여 도시락 뚜껑을 열었는데

세가지 전에 나물 세종류 산적에 국이면끝


부자집 아들녀석이 나에게 화를 냈어

시집은 종류많은데 어머니 손도 크셔


반찬이 그게 뭐냐며 나에게 뭐라고 했어

어차피 결국 버려져 못먹고 상하기 일쑤


창피했어 그만 눈물이 났어

아까웠어 너무 안타까 웠어


그러자 그녀석은 내가 운다며 놀려댔어

이제는 시어머니 음식 줄이자 말하셨어


참을수 없어서 얼굴로 날아간 내 주먹에

최소로 줄이고 편하게 하자고 말 하셨어


일터에 계시던 어머님은 또다시 학교에 불러오셨어

가끔씩 냉동전 사다부쳐 어떨땐 모듬전 주문했었지 


아니 또 끌려오셨

이젠 숨 쉴수있겠어


다시는 이런일이 없을 거라며 비셨어

장볼것 상의하러 전화 드리 놀랐지


그녀석 어머니께 고개를 숙여 비셨

어머님 이것저것 많이도 말씀 하셨어
(우리 어머니가 비셨어)

(분명 줄이자고 했는데)


야이야이야아아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후회하고 눈물도 흘리고

어머님 음식종류 줄이자 하셨어요 잊지않 으셨죠


야이야이야아아
그렇게 살아가고 너무나 아프고 하지만 다시 웃고

어머님 이번에는 냉동전 부쳐요 녹두전 은할 게요


아버님없이 마침내 우리는 해냈어

제사전날에 마트에 장보러 갔었어


마침내 조그만 식당을 하나 갖게 됬어

냉동전 과일과 나물에 고기 좋은 걸로


그리 크진 않았지만 행복했

장바 구니 가벼워서 이상했어


주름진 어머니 눈가엔 눈물이 고였어

제사에 음식을 이것만 한다니 신기해


어머니와 내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전부치기 나물무침 고기삶기 정도


식당이름을 짓고 고사를 지내고

예전에비해 많이 줄어든 음식량


밤이 깊어가도 아무도 떠날줄 모르고

연중 기제사만 네번에 명절엔 성묘도


사람들의 축하는 계속 되었고

부담스런 마음이 조금 줄었고


자정이 다되서야 돌아갔어

며느리 배려받는 기분이야


피곤하셨는지 어머님은 어느새 깊

사십여년동안 제사모신 어머님 정말


잠이 들어버리시고는 깨지 않으셨어

고생 참많이하셨어요 진짜 대단해요


난 당신을 사랑했어요

감 사해요 줄여주셔서


한번도 말을 못했지만

코골며 자던 남편~


사랑해요 이젠 편히 쉬어요

전부치고 고기 양념 하지요


내가 없는 세상에서 영원토록

모두 함께 간단하게 준비해요


야이야이야아아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후회하고 눈물도 흘리고

어머님 제사음식 줄이자 해주셔서 정말감 사해요


야이야이야아아
그렇게 살아가고 너무나 아프고 하지만 다시 웃고

어머님 제사음식 줄여주 신만큼 정성껏 할게 요~


야이야이야아아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후회하고 눈물도 흘리고

이제야 조금조금 균형을 잡아가는 우리의 제삿날


야이야이야아아
그렇게 살아가고 너무나 아프고 하지만 다시 웃고..

어머님 제사음식 이렇게 줄인것 정말로 감사 해요..

이전 25화 "마누라랑 애랑 어디 좀 갔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