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만 어려운 문제
언제부터 어른이 되는 걸까?
문득 그런 질문이 마음을 사로잡을 때가 있다.
십 대 시절엔 스무 살이 되면 어른이라 믿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어른 흉내만 내는 풋내기였다. 세상 물정 모르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놀고만 싶은 철없음이 십 대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럼 결혼을 하면 어른이 되는 건가. 그것도 아닌 듯하다. 상대에 대한 이해보다 내 주장을 하기 바쁘고, 어떻게 해서든 기선을 제압하려는 모습이 장난감 하나를 놓고 싸우는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으니까.
그것도 아니면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되나? 한 30~50퍼센트 정도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제야 부모의 마음과 고마움을 깨닫게 되니까. 나를 닮은 아이를 어떻게 해서든 잘 키우려는 초인적인 힘은 부모가 된 어른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조차도 완벽한 어른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나는 언제쯤 '어른입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지인에게 얻은 화장품 샘플마저 탁탁 털어쓰던 엄마를 닮으며,
해진 신발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신던 아빠같은 나를 보며,
자장면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노랫말 속 어머니처럼 아이 그릇에만 고기를 쌓아주며
유독 어른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경계가 명확하지만 어쩐지 몹시 모호한 그것.
나는 어른의 세계에 얼마큼 닿아있을까. 고찰하게 되는, 고요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