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바로 앞 사거리에 노랑 신호등이 켜졌다. '빠르게 지나갈까?' 유혹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 순간 옆 차선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한 차량이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기 전 빠르게 사거리를 통과했다.
'앗. 깜짝아. 엄청 빠르네. 나도 저렇게 갔어야 했나.'
드디어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빛났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 액셀을 밟았다. 100미터쯤 갔을까. 이번엔 횡단보도가 앞을 가로막았다.
'신호체계 한 번 비효율적이구만.'
투덜거리며 옆 차선을 보는데, 아까 그 차가 서 있었다.
'그렇게 빨리 가더니 결국 여기서 만나네.'
다음 신호에서 나는 유유히 지나갔고, 그 차는 바뀐 신호에 발이 묶였다. 이후로 그 차는 다시 보이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주차를 하는데 그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종종 남들에 비해 뒤쳐지는 게 아닐까 두렵다. 특히 SNS를 보다 보면 모두가 시속 100km로 달리는 고속도로 같은데, 내 현실은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퇴근시간 강북로 같아서 답답하기만 하다.
앞서가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고, 나만 뒤처진 것 같아 고개가 떨궈진다.
그날은 조금 달랐다. 아직 내 속도로 달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멈춰 있지만, 이 상태가 계속되진 않을 거라고.
신호만 바뀌면 언제든 출발할 수 있게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가끔은, 멈춰 있는 시간도 나를 데려다줄 길의 일부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초록불이 켜지면, 나는 누구보다 환하게 웃으며 나만의 길을 달릴 것이다. 옆 자리에 기분 좋은 바람 한 점 태우고서.
엔진은, 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