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할 과거가 있다는 것은 축복일까?
우리는 종종 과거를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어떤 이는 그것을 아름다운 추억이라 부르고, 어떤 이는 아직 회복되지 못한 상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리워할 과거가 있다는 것은 과연 행복일까?
플라톤은 이데아의 세계를 통해,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결핍과 불만족이 본질적으로 이상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현재에 대한 불만은 단지 지금 이 순간이 만족스럽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전에 경험한 ‘더 나은 상태’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따라서 그리움은 과거의 가치 있는 순간들이 존재했다는 증거이며, 이는 분명 하나의 축복이다.
하지만 니체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영원회귀’ 개념을 통해, 반복되는 삶 속에서 고통까지도 긍정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삶의 의지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그리움이 단지 이상화된 과거에 머문다면, 그것은 현재를 부정하고 삶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고통이 될 수 있다.
현대 심리학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의가 있다. ’향수(nostalgia)’는 때로 정체성과 의미를 강화하는 긍정적인 감정으로 작용하지만, 현재 삶에 대한 불만족과 회피로 이어질 경우 심리적 우울감이나 무력감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현재를 살아내며 만족할 수 있을까?
한 가지 중요한 통찰은,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 누군가의 그리운 과거가 된다는 사실이다. 즉, 현재는 곧 미래의 과거가 된다. 우리는 시간이 지난 후, 지금을 돌아보며 “그땐 참 좋았지”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 생각은 ‘카이로스(kairos, 의미 있는 시간)’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일상의 순간들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스스로에게 충만한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현재에 깨어 있는 ‘마음챙김(mindfulness)’의 실천을 강조한다.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갈 때 인간은 진정한 평온과 만족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사르트르 또한 인간은 매 순간 스스로를 정의해 나가는 존재이며, 현재의 선택이 곧 우리 존재를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를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방법은 과거에 매이지 않고, 미래에만 기대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을 충만하게 경험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의미 있는 기억이 되도록 살아가는 삶. 그것이 결국 미래의 어느 날, “그때 참 잘 살았구나”라고 미소 지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은 자꾸만 아득한 어제를 떠올리고, 불확실한 내일을 걱정한다. 인간은 이성과 감정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현재를 온전히 만족하며 산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버거운 일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기 위한 작고 느린 노력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