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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Jan 30. 2024

고구려의 멸망과 삼국통일

백제가 멸망한 이듬해인 661년 당나라 고종은 고구려를 멸망시키기 위해 대규모의 병력을 파병해요. 중국과의 여러 차례 큰 전쟁을 치른 고구려의 국력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당나라 군대는 요동 방어선을 큰 전투 없이 통과해요. 소정방도 대동강을 거슬러 평양성을 포위합니다. 남쪽에서는 신라군도 당나라에 군사물자를 보급하고 지원하기 위해 올라오고요. 하지만, 연개소문이 직접 전투에 나서는 등 굳은 결의로 저항하는 고구려를 끝내는 이기지 못해요. 이후 고구려와 당나라 사이에 잠깐의 평화가 찾아와요. 당나라가 연개소문이 있는 한 고구려의 침략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고구려로서도 전투를 벌이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국력을 회복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였고요.


그러던 중 연개소문이 665년 죽어요. 연개소문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는데,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연개소문의 지위를 물려받은 큰아들 연남생이 1년도 되지 못해, 두 동생 남건과 남산이 일으킨 쿠데타로 쫓겨나요. 연남생은 권력을 되찾지 못한다는 현실에 당나라로 망명해버려요. 당연히 당나라로서는 연남생의 망명을 크게 환영했죠. 그에게 요동도독 겸 현도군공으로 내려주고는 고구려를 침공하는 군대의 앞에 서게 합니다.


666년 12월 당나라군은 이적을 사령관으로 임명하며 고구려 정벌에 다시 나서요. 국내성 주변 성들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연남생이 당나라에 망명한 만큼, 고구려 방어선은 압록강 주변에 만들어져요. 여기에 과거처럼 대동강으로 당나라 수군이 밀려오고, 남쪽으로는 신라군이 올라왔죠. 고구려가 하나로 똘똘 뭉쳐있을 때는 이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어요. 생각해보세요. 연남생이 이끄는 고구려인이 당나라의 선봉장이 되어 공격해오고 있어요. 이에 맞설 능력과 경험이 풍부했던 수많은 장수와 병졸들 대다수가 그간의 전투로 죽으면서 남아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무엇보다 고구려의 힘을 하나로 모을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이 없어요. 대신 자신의 생명과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라를 배신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이런 상태로 나라를 지키기란 어렵겠죠. 결국 고구려도 668년 백제와 마찬가지로 700여 년의 역사를 마감하게 됩니다. 물론 고구려도 부흥 운동이 일어나죠. 검모장이 보장왕의 아들 안승을 왕을 추대하며 황해도 부근에서 저항운동을 펼쳐요. 그러나 이들도 내분으로 실패하고 맙니다.


당나라가 고구려를 멸망시키는 데 백제가 아닌 신라와 손잡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신라가 백제보다 약했기 때문이에요. 백제와 고구려가 무너진 한반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가장 약한 신라를 남겨놓는 것이 당나라가 내린 판단이었던 거죠. 그러나 당나라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당나라는 고구려 멸망 이후 신라 군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등 노골적으로 신라를 흡수하려는 모습을 보여요. 이에 신라는 철저한 준비를 끝에 670년 고구려 부흥군 고연무와 손을 잡고 압록강 건너 오골성을 공격해요. 이어 웅진도독부가 있는 사비성을 공격하여 당나라 군대를 내쫓아요. 그러나 당나라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어요. 고구려 부흥 세력을 진압한 이후 4만의 군대를 동원하여 신라를 향해 매서운 공격을 하면서 6년간 팽팽한 대치 상태가 이어져요. 하지만,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큰 신라는 관민이 일심단결하여 매소성(경기도 연천 지역)과 기벌포(충남 서천 지역)에서 당나라 군대를 격파하면서 나당전쟁에 승리하게 돼요. 그 결과 676년 진정한 의미의 삼국통일이 이루어지게 돼요. 신라는 외세인 당나라를 끌어들여 고구려와 백제를 무너뜨렸지만, 고구려와 백제의 유민을 포용하여 한반도를 지켜냈죠. 그리고 고구려와 백제 유민을 신라인으로 받아들여요. 사람만이 아니라 문화와 풍습 그리고 제도까지요. 그 결과 한민족(韓民族)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지금에까지 이어지고 있죠. 여러분은 김춘추(무열왕)와 김유신의 주도로 이루어진 신라의 삼국통일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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