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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Apr 23. 2024

한국통사 서언과 흥선대원군 평가

옛사람이 이르기를 나라는 멸할 수 있으나 역사는 멸할 수 없다고 하였다. 나라는 형체이고 역사는 정신이다. 이제 한국의 형체는 허물어졌으나 정신만을 홀로 보존하는 것이 어찌 불가능하겠는가. 이것이 <통사>를 짓는 까닭이다. 정신이 보존되어 멸하지 아니하면 형체는 반드시 부활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갑자년(1864) 뒤로 50년 역사만을 다루니 어찌 우리 4천 년 역사의 모든 정신을 전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우리 민족이 우리 조상을 생각하며 잊지 않는 데 있을 것이다. 

(중략)

대원군은 용맹 과감하고 번개처럼 빠르고 변통에 능하여 옛일에 얽매이지 않았고, 일을 곧장 단행하여 다른 사람 말을 돌아보지 않았다. 권세 있는 인척을 배제하고, 문벌을 타파하고 군포를 고쳤으며 서원을 철폐한 것은 모두 뛰어난 굳센 힘에서 나온 것이었다. 대대로 내려오던 동주철벽과 같은 굳은 습관에 손을 대어 부수었으니 진정한 정치상 대혁명가였다.

(중략)

대원군은 배운 바가 없어 안으로는 사사로운 지식으로 나라를 다스려 움직임이 많고 거동이 지나쳤으며, 밖으로는 배척을 주로 하여 쇄국을 행하여 스스로 소경이 되었다. 마침내 매우 가까운 곳(민비와 민씨 세력)에서 변란이 발생하여 화가 나라에 미쳤으니, 반도 중흥의 기운도 마침내 회복하지 못했다. 아~ 애석하도다. 아픈 역사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중략) 

"진실로 백성에게 해가 된다면 비록 공자로부터 나온 제도라 하더라도 나로서는 용서할 수 없을 것인데, 하물며 서원이 조상에게 제사지낸다 하면서 도둑 소굴로 바뀌어 공자에 죄를 저질렀으니 어찌 그대로 둘 수 있겠는가" (중략) 이에 양반들은 그 근거지를 상실하였으며, 모두 마음속으로 불만을 품고 대원군을 헐뜯어 욕하기를 동방의 진시황이라 하였다. 그러나 백성들은 한결같이 그의 현명한 결단을 칭송하였다. - (첨언 서원철폐)

(중략) 

대개 프랑스인이 온 것은 포교를 위함인데 그들을 죽인 것은 잔혹하였고, 미국인이 온 것은 통상을 열고자 함이었는데 이를 거부하고 싸운 것은 고루한 짓이었다. 그때 마땅한 것은 반드시 다른 나라들과 수교를 잘하고 정법,예술(기술) 분야에서 널리 좋은 인재를 뽑고, 교육과 식산에 힘써 진보를 꾀하여 우리 백성들의 지혜를 깨우치고 우리 실력을 키워 나라가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중략) 누구라도 대워군이 시급하고 중요한 일을 알지 못하고 망령되이 대세를 거역했다고 탓하지 않을리오.  - (첨언 : 병인양요, 신미양요)


박은식 선생의 <한국통사>의 서언과 흥선대원군 평가의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역사를 기록한 박은식의 <한국통사>는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우선 서언에서 박은식 선생은 우리가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줍니다. 

역사란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오늘과 내일에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학문입니다.

그래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교육하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흥선대원군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어집니다. 

흥선대원군의 여러 정책에 대한 평가가 <한국통사>에 제시되지만, 그중에서 서원철폐와 쇄국정책에 대한 박은식 선생의 평가를 이곳에 기록했습니다. 

여러분은 흥선대원군에 대하여 어떤 평가를 내리고 계신가요. 


저는 한 인물의 평가를 균형있게 잘한 점과 못한 점으로 구분하여 설명하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균형보다는 대척점에서 상대방을 헐뜯으며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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