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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학생A Apr 17. 2023

유럽 여행 2. 런던 첫째 날: 정신 없을 무(無)

그냥 여느 유학생A의 그냥 여행

* 이 글은 1월 13일부터 2월 5일까지 런던, 파리, 샤모니, 바르셀로나로 이어진 유럽 여행기입니다. 그날그날 작성한 일기 형식이라서 내용이 다소 두서가 없고 장황할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이 글은 [Simon & Garfunkle - Mrs. Robinson]을 들으시면서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Jan 13 PM 5:10


말로만 듣던 영국의 자동 입국 시스템. 한국을 포함한 12개국 국민들은 다른 줄에 서서 더 빠르게 심사한다.


집 나온 지 25시간 만에 드디어 런던에 도착했다. 사실 긴 비행시간에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런던이지 않은가! 여행 첫날에만 느낄 수 있는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알 수 없는 떨림. 이 맛에 여행하나 싶다.


하지만 설렘은 설렘이고, 해가 다 져버린 런던에서 '호텔 찾아가기'라는 미션을 받아 든 나. 우선 런던의 지하철인 언더그라운드 (Underground)로 향한다.


히드로 공항 역을 통과하는 피카딜리 선의 노선도와 호텔 근처로 가는 법. 친절히 호텔로 가는 법을 알려준 역무원분께 감사하다.


언더그라운드를 포함한 런던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오이스터 카드 (Oyster Card)라는 교통카드가 필요하다. 이를 히드로 공항에서 구매하기 위해서는, 엘리자베스 선(Elizabeth Line)과 피카딜리 선(Piccadilly Line)이 다니는 언더그라운드 역사로 가야 한다. 히드로 익스프레스 (Heathrow Express)라는 다른 옵션이 있지만, 우선 매우 비싸고 (20파운드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패딩턴 역으로 갈 것이 아니면 타봐야 또다시 갈아타야 한다.


오이스터 카드를 살 때 몇 가지 옵션들이 있는데, 크게 Top-up (충전)을 해서 쓰는 Pay-as-you-go 카드와 정해진 가격을 내고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Travelcard가 있다. 다만 Pay-as-you-go는 일정 가격이 초과된 다음부턴 사용해도 교통비가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것에서 Travelcard와 비슷하다. 두 옵션 다 7파운드의 보증금을 내야 하고, 나중에 변심하여 환불을 받고 싶을 때, Travelcard는 환불이 불가하다.


그런데 이 옵션이라는 것들이 자동판매기에서 설명 없이 나열되어있다 보니 정말로 헷갈리기 쉽다. 만약 런던으로 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구매 시 주의 깊게 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나 역시 여기서 첫 번째 실수가 나왔다. 나는 교통비를 최대한 아끼고 싶어 다소 가격이 비싼 Travelcard가 아닌 그때그때 충전을 해서 쓰는 Pay-as-you-go를 사고 싶었다. 그런데 급한 마음에 가격을 보지 못하고 그냥 Travelcard를 질러버렸다. 결제하고 보니 77파운드가 파사삭... 역시 나는 급하면 안 된다.


히드로 공항 1,2,3 터미널 역의 플랫폼과 지하철 내부. 스크린도어가 없고 내부는 다소 좁다.


어찌어찌 호텔로 가는 길을 찾아 허겁지겁 탄 런던의 지하철은 다소 좁았다. 앉아있으면 맞은편에 앉은 사람의 무릎과 아슬아슬하게 닫지 않을 정도의 너비였다. 내리고 탈 때 바닥에 놓인 사람들의 짐을 밟지 않고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사실이지만, 역시 한국 지하철이 제일 쾌적하고 깨끗하다. 아무래도 비교적 늦게 지어진 한국의 지하철과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이미 그러한 환경에 익숙해져 버린 나로서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뼈저리게 느낀다.


한 가지 경악했던 부분은, 유럽의 지하철에는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다. 화장실이 급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최선의 방법은 밖으로 나가서 맥도날드나 스타벅스를 찾는 것. 덕분에 화장실 이슈로 고역을 치른 날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차피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곳의 화장실은 뭔가 시키지 않아도 사용 가능하니, 유럽에서 지하철을 타기 전에는 꼭 화장실을 들르길 바란다.


호텔 근처 West Brompton 역. 오후 5시경인데도 벌써 늦은 밤처럼 깜깜하다.


드디어 도착한 런던. 생각보다 쌀쌀해서 놀랐다. 분명 유럽의 겨울은 그리 춥지 않다고 들었는데... 애플 날씨에 뜨는 온도는 영상 8도지만 바람이 좀 불어서 그런지 체감 온도는 더 낮은 듯하다. 다니는 사람들도 코트 차림이 많았다.


아직 시간상 이른 저녁이다 보니 거리에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생각보다 소매치기나 강력 범죄가 일어나기 힘든 분위기. 그래도 그런 만큼 더 조심해야지. 슬링백이든 가방이든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한다.


TESCO express에서 울려 퍼지던 Mrs. Robinson.


호텔 도착 후 잠시 들린 TESCO express는 영국의 편의점 같은 존재인 듯하다. 상당히 오묘했던 게, ‘이게 왜 싸지...?’ 하는 것들과 ‘이게 왜 비싸지...?’ 하는 것들이 공존한다.


여기저기 구경하는데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던 사이먼 앤 가펑클의 <Mrs. Robinson>. 편의점에서 이런 노래가 나오다니, 역시 대중음악의 나라인가...


영국의 Fish & Chips. 그다지 건강해 보이진 않는다.


영국에서의 첫 끼는 Fish & Chips와 레모네이드로 결정했다. 호텔 내에 있는 식당이라서 그런지 가격은 20파운드 정도로 다소 비쌌지만,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라임을 뿌려 타르타르소스에 찍어 먹는데, 대구살이 아주 촉촉했다.


사실 영국 음식의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맛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인지라 내가 직접 가서 느끼기 전에는 판단을 보류하고 싶었다. 뭐, 영국 음식과의 첫 조우는 나쁘지 않다. 물론 이 첫인상이 남은 일주일 동안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레모네이드는 기성품이니 패스


사실 25시간의 이동시간, 힘들었다.

오늘 하루를 갈무리하자면, 설렘과 피곤함의 공존이라 할 수 있다. 막연히 상상해 오던 런던의 환상이 실제와 딱 맞아떨어질 때 느끼는 기분 좋은 설렘은 정말 쉬이 잊히지 않을 듯하다. 다만 18시간의 비행 + 7시간의 레이오버는 정말 사람을 지치기 하는데 완벽한 조합이다. 정신없이 호텔에 도착하니 그냥 밖에 나가기 싫어지는...


런던의 밤거리는 생각 외로 차분하면서도 조용했다. 나중에 여자친구와 함께 오게 된다면 같이 걸어도 좋을 것 같다. 상당히 로맨틱한 동네, West Brompton..


아무튼 내일이 더욱 기대된다. 물론 켄싱턴 -> 하이드파크 -> 버킹엄 궁전 순으로 계획을 세워놓긴 했지만, 절대 계획대로 되진 않겠지...


쓴다고 많이 썼는데 생각보다 글 양이 적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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