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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서평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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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파파 Nov 25. 2024

045 프레임의 힘(케네스 쿠키어 등 저)


[frame(프레임). 명사. (나무, 금속 등으로 된) 틀, (가구, 건물, 차량 등의) 뼈대]

프레임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틀과 뼈대는 대상의 형태를 이루는 기본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저마다 세상을 인식하는 시각을 프레임으로 표현한다.

현대인은 스마트폰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이전에는 정보 생산의 주체가 일부 언론과 정부기관에 국한되었지만, 지금은 개인들도 얼마든지 정보의 생산과 확산이 가능하다. 오히려 요즘은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국가기관이나 언론보다 더 높은 공신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정보의 공급이 늘어났다. 과거보다 더 넓은 세상과 다양한 의견을 접할 기회가 무수히 많아진 우리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은 더 넓어졌을까?

저자는 오히려 사람들의 프레임이 편협해졌다고 보며, 나도 이에 적극 동의한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우리는 과거보다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홍수란 결국 재난이다. 정보화 시대라 일컫는 지금의 세태는, 우리를 진실과 거짓이 혼재하는 방대한 정보의 수렁에 빠트려 시시비비를 가릴 능력을 상실케 하는 재난현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홍수는 정보의 선별에 어려움을 초래하여 나와 의견이 같거나 비슷한 것만 취하고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이해를 못 하면 버리게 되는 취사의 편협을 초래한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확증편향적 사고로 가속화되어, 세상에는 단일한 진실이 있으며 나와 다른 의견을 지닌 이들은 '틀렸다'는 확신을 심어 사회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된다.  

저자는 그러한 편협한 사고로부터의 탈피, 그리고 개인과 집단의 프레임 다양화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며 인텔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인텔의 공동설립자 앤디 그로브는 자신의 회고록에 '이로운 카산드라'라는 제목을 붙이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사람을 찬양한다. 아무리 유능한 엘리트들이 모여도 집단 구성원들의 권위에 굴복하여 집단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러한 폐해를 막고자 다수의 의견에 반대하는 '이로운 카산드라'가 조직의 운영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카산드라 : 고대 그리스 신화인 트로이 목마에 등장하는 인물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으나 신인 아폴로의 사랑을 거부하는 바람에 저주를 받아 설득능력을 잃게 되었다. 그녀는 트로이 목마의 위험성을 모두에게 주장했으나 아무도 믿지 않아 결국 목마를 들여왔고, 그로 인해 트로이는 멸망하게 된다.

옛 중세 유럽 궁정의 광대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 신하들이 왕의 의견을 반박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광대는 우스꽝스럽고 익살맞은 태도로 왕의 의견에 딴지를 건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이런 사례를 볼 수 있는데, 세종대왕은 한 신하에게 자신의 정책에 무조건 적인 반대를 하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 나와 다른 다양한 의견을 함께 고심할 때 현명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절대권력자이더라도 그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장치들이 역사 속에 더러 존재해 왔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8장 다원주의에서 절정에 이른다. 그는 중국과 유럽의 발달과정을 다원주의적 프레임의 차용에서 보고 있다. 중국은 중앙집권적 국가로 일정 수준까지 빠르고 효율적으로 성장했지만, 단일주의가 발목을 잡는다. 유럽은 수많은 도시국가가 국가발전의 효율성을 저해했지만, 치열한 경쟁관계 속에 더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 밸리도 다원주의의 산물이다. 모험적인 투자자들이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며 새로운 시도와 혁신의 온상이 되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유럽 기업들은 기존의 성공에 안주해 단일주의에 빠져 동력을 잃었으나, 중국은 다양한 기업들의 경쟁 관계에서 발전을 거듭했다. 실리콘 밸리도 유사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저자는 우려한다. 애플의 조엘 포돌리에게 모두가 똑같이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배웠고, 비대해진 그들은 다른 스타트업 위에 군림할 뿐이라고.

백인우월주의와 남성우월주의라는 단일 프레임에 대한 반작용으로 탄생한 PC주의도 단일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다. 인종적, 성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름을 배척하지 말자는 PC주의는 PC주의를 인정하지 못하는 집단을 배척하고 혐오한다. 다양성으로 위장한 방패막을 앞세워 다름을 배척하고 있다.

다양화에 대한 의식적인 노력조차 결국 단일성으로 회귀하고 있다. 다름을 배척해야 했던 문명화 사회 이전의 사피엔스에 생존 기질이 우리의 본능이 너무 강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진실이라는 단일프레임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우리는 역사 속에서 무수히 확인하였다. 하나의 진실에 대한 신앙적 믿음이 무수한 폭력과 살상으로 이어졌던 아픈 과거를 잊으면 안 된다. 단일 프레임의 문제는 편협한 사고로 끝나지 않는다. 다른 프레임을 견지한 이들에 대한 배척과 혐오,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럼 이러한 현상을 목도해야만 하는 것인가?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에서 보수와 진보로. 인종에서 남녀, 남녀에서 세대로. 정치, 사회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수많은 갈등의 국면은 변증법적인 사회발전의 과정이자 진정한 다양화의 시대로 나아가는 성장통일지 모른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프레임의 다변화'라는 명제를 지상과제로 인식하고, 이를 지속적인 사회 담론으로 이어가야 한다. 깊게 새겨진 본능도 문명화된 교육과 문화로 이겨낼 수 있다. 이를 위해 국가는 폭넓은 프레임을 갖추기 위한 교육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각 개인들에게 필요한 자세는 하나이다. 겸손함.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그것이 다양성으로 향하는 길에 놓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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