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동료, 나의 친구
리사는 내가 USO 인턴으로 근무할 때의 동갑내기 교포 동료다. 나는 9-5 근무였고 리사는 2-10이었는데 나는 진심으로 인턴생활이 너무 재밌어서 일하다 놀다 리사와 함께 퇴근하곤 했다. 당시엔 영어를 많이 못해서(솔직히 말하면 자신감이 없어서) 리사가 영어로 말하면 나는 한국어로 대답할 때가 더 많았다.
버드나무 흔들리는 여름밤, 사무실 창문 열고 앉아 장작때기 수준의 고물 기타를 치며 함께 노래 부르던 게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여행을 썩 좋아하지 않고 추진력 제로인 내가 미국에 가겠다는 개뻥을 본의 아니게 6년째. 코로나라 진짜로 못 가는 이유 2년째.
엽서와 편지를 담은 봉투에 영어로 존멋 리사Johnmut Lisa라고 썼는데 ‘What is 좐뭇?’이라고 물었다. 요즘 애들은 존나 멋져를 줄여서 그렇게 말한다고 알려줬다. 설명이 필요한 드립은 실패한 드립이다. 그나저나 내 편지 읽고 분명 약간 눈시울이 붉어진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인가? 진짜 인도인이 만든 탄두리 치킨이 너무 매웠나.
리사는 할머니가 물려주신 것 같은 빈티지한 원피스에 모카신을 신고 양갈래 머리를 종종 했다. 우리는 여전히 빈티지를 좋아하고 빈티지샵을 지나치지 않고 들러 cute, lovely를 끊임없이 외쳐댔다. 스타일이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마치 타임머신 타고 온 듯한 남자 교포들의 제발 안 입었으면 하는 옷에 대해선 열변을 토했다. 예를 들면 꼭쥐쓰가 도드라지는 흰색 망고 나시에 통 넓은 연청 데님 같은.
리사의 8년 전 구남친의 안부를 아직도 만날 때마다 묻는 나. 근데 그의 근황을 또 꽤나 자세히 알려주는 리사. 당시엔 20대라 뭘 몰라서 그의 부가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엄청난 연봉에 주식에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걸 느낀다. 영 앤 리치 마루스, 잘 지내니?
아 그리운 내 친구 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