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하지 않은 비가 내리는 것처럼 삶의 모퉁이에서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는 한다.
띠리링 띠리링 휴대폰에서 전화가 울렸다. 친구로부터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친구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근황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전화는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잘 사고 있냐"라는 친구의 질문에 "사는 게 다 똑같지 그냥 사는 거지"라고 대답을 했다.
그러고 보니 친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를 한다고 했었다. 공무원 시험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 실례가 될까 봐 말하지 않았는데 친구가 먼저 입에 올렸다.
"야 나 어떡하냐. 공무원 시험 떨어졌다.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 하아."
그 말에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한참을 고민을 했다. 전화기 속의 침묵을 알아채었는지 친구가 마저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심정은 나락이라고 한다. 공무원 시험이 뭐라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주변으로부터 본인을 바라보았을 때 하자가 있는 인간으로 보는 시선이 버겁다고 한다.
더욱이 분한 것은 정말 죽을 것 같이 노력했는데 성적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당연히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론적으로 떨어졌으니 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시험이 얼마나 힘든지 잘 모르니깐, 이해하지 못하니깐, 이런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네가 노력이 부족했으니 그런 결과가 나왔겠지'라는 둥 또는 '다시 재도전하면 이번에 합격하겠네. 조금만 더 노력하면은 되겠네.'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을 본인 스스로 감내해야겠지만 한편으로 씁쓸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답은 명확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다시 재도전하는 것. 다만 불확실한 요소로 인해서 이번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까 봐 두렵다고 한다.
이렇게 넋두리를 내뱉는 것을 보니 감정을 잘 추스르고 있는 것 같아 참 다행이다고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 어떠한 감정들이 남아있겠지만 그것도 곧 끝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듯이 목표한 일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삶에 대하는 태도, 인생이 점이 아니라 선인 듯이 성공을 했든 실패를 했던 단순히 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알 수 없는 인생의 답을 찾아 항해하고 있는 우리들. 각자의 타이밍이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니 마음이 부는 방향대로 나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