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일기예보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으로 도배되어 있었는데 어느새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한껏 무릇 올랐다. 여름의 향기가 물씬 풍겨오는 계절이다. 여름에 한 발짝 다가서는 중이다.
시간이 흐른 만큼 퇴사 한지도 꾀나 많은 시간이 지났다. 다행히도 짧은 시간 내에 이직을 하면서 취업에 대한 걱정을 깔끔하게 매듭지었다. 다음 회사로 출근하기까지 약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는데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했었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 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새롭게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느꼈다.
처음에는 무작정 지금까지 이직을 준비하느라 마음고생을 많이 했으니 보상심리가 작용하여 무작정 휴식을 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나는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했다. 이러한 황금 같은 휴식도 지나친 나머지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막상 무언가를 하려고 하니 그것도 참 마음이 내키지가 않았다. 그렇게 말 그대로 잉여로운 시간의 완성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러한 생활을 과거에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학창 시절 여름방학이 되면 더위에 못 이겨 정오가 될 무렵 가까스로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이런 꿀 같은 시간이 영원하기를 소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한때는 수박을 한입 베어 먹고 시원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여름방학을 기다리던 행복한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퇴근 후 시원한 맥주의 목 넘김을 더 좋아하고 선풍기보단 에어컨 바람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무릇 어른이라는 단어에 한 발짝 다가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