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멍덩하게 형성된 구름과 꿉꿉한 냄새, 나는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감성을 좋아한다.
여름의 밤은 하늘만 어두워졌을 뿐 해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런 여름이 다가오면 가끔씩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가로등 불빛을 따라 정처 없이 걷는다.
발걸음 끝에 머문 편의점 앞에서 맥주 한 캔으로 추억을 되새겨본다.
여름은 유난히도 눈부셨고 사랑은 그리웠다. 맥주 한 캔에 추억을 달래고서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혼자 남겨진 외로움보다 눈물로 보낸 밤보다 더 이상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수 없는 밤인 게 슬퍼졌다.
7월과 8월, 그 공백사이에 우리가 처음 만났던 7월은 웃었고 8월에 나는 울었다.
우리가 헤어진 계절의 뒷모습이 어땠을까. 그것은 아마도 여름만이 알고 있을 거다.
매듭 진 여름의 어느 날, 가로등 불빛을 따라 걷다가 가지 끝에 피어난 꽃으로부터
내 표정이 드리운다면 기억해 주세요. 한때에 당신을 사랑했던 나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