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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형 Mar 26. 2022

아침형 인간과 닭

  내가 사는 동네에 닭이 산다는 사실을 알았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스트레칭과 명상을 마친 후 환기를 시키기 위해 방의 베란다 창을 여는데 느닷없이 닭이 우는 소리 듣게 된 것이다.


  도시에서 닭이 울다니. 신선하고도 재미있어서 창을 열어놓고 녀석이 우는 소리를 한참이나 듣고 있었다. 비록 녀석도 아침이라 목상태가 좋지 않았는지 오랫동안 울지는 못했지만.


  그나저나 방금 이 이야기의 요점은 무엇일까?


  그렇다. 내가 새벽 6시에 눈을 뜨는 훌륭한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는 점이다. 정확히 4개월 전의 내가 들었다면 거짓부렁은 집어치우라고 했을만하다.


  하지만 진짜다.


  저번에 병원 의사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저녁 10시 반에 잠든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이 역시 4개월 전의 나에게는 초저녁에 불과한 시각.


  하지만 아픈 내 몸은 일찍 잠든 만큼 일찍 일어나 주지는 않았다. 매번 기상 시간은 9시를 훌쩍 넘겼으니 4개월 내내 거의 10시간, 11시간을 자곤 했다.


  내가 곰이었으면 훌륭한 동면이었겠지만 사람이 10시간을 넘게 자는 건 (그것도 내 나이에) 많이 지나친 감이 있었다.


  그렇게 아프던 몸은 생활 습관을 바꾸고 무엇보다 병원을 바꿔 내 인생의 명의(할렐루야)를 만나게 되면서 봄날에 눈이 녹듯 하루아침에 낫게 되었다.


  이제 요양을 끝내 가는 내 몸은 새벽 6시면 알람 따위 없어도 번쩍 눈이 떠진다. 그리고는 기특하게도 스트레칭에 명상에 바나나까지 두 개나 까먹고는 아침 글쓰기를 시작한다.


  아, 몸 온도에 알맞은 미지근한 물 두 컵(500ml)을 마시는 것도 훌륭한 아침형 인간을 논하는데 빼놓을 수 없지.


  아침 7시에 글쓰기라니.


  아무리 전업 작가가 되었다지만 정말 건실한 일이 아닌가 싶다. 주변에 전업 작가 친구라 봐야 변변찮은 생활 습관을 가진 친구가 전부인데 작가로 오래 해 먹고살려면 본디 생활 습관의 규칙성은 물론 건실성까지 갖추어야 하는 모양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보아도 그렇고 스티븐 킹도 그렇게 말했다. (그 둘이 말했으면 된 거다, 나한테는.)




  이대로 이야기를 마무리하자니 조금 아쉬워서 아침에 는 닭 이야기를 조금만 더.


  이 닭은 태생부터 도시에서 자란 명실상부 도시 닭인지라 우는 소리가 영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닭 울음과 좀 많이 다르다.


  영화에서 듣는 닭들은 우렁차게 한 곡조 뽑아내는 느낌이라면 얘는 오랜만에 등산을 간 수줍은 김 과장이 남들 몰래 야호 외치듯이 운다.


  어딘가 부끄럽고 수줍어하는 느낌. 게다가 아침에 울어야 하는 이유도 모르고 그냥 본능에 따라 우는 느낌이다. 사회화가 전혀 안됐달까.


  게다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알고 보니 이 녀석은 우는 시간도 완전 제 마음대로였다. 아침에만 우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글쓰기를 마친 9시쯤에 느닷없이 울기도 한다. 그날은 필시 늦잠을 잔 것일 테지.


  가끔은 해가 질 무렵에 울기까지 한다던데 누군가 녀석에게 닭에게는 모름지기 우렁차게 울고 빠져야 하는 시간이 있는 법이라고 진지하게 가르쳐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래서 규칙적인 생활이란 중요한 것인데.


  ......라고 아침형 인간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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