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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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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I Feb 02. 2022

우리의 남은 시간

몇 시까지 가야돼요?

언제까지

얼마나

그리고

묻지 않았다


궁금한 게 많아도 그냥 시간은 시간이니까. 시간이 길다고 해서, 아니 짧다고 해서 변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죠? 손가락을 툭툭 쳤다. 우리의 남은 시간이 궁금했고 그 시간안에 헤어짐을 준비해야했다. 대략 3시간 정도면 1시간의 설렘과 1시간의 불안함과 1시간의 슬픔이 있었다. 슬픔으로 가는 말미에는 까마귀가 울었다. 검은 구름떼가 몰려왔다. 미묘하게 일그러지는 말투, 표정의 변화를 포착했다. 액정의 반짝임이 신호탄이었다. 눈을 감았다. 점차 다가오는 타임슬립. 급격히 올라가는 심장 박동 수. 이 세상이 아닌 저 세상으로 향하는 길목. 실체가 없는 실체. 사실은 공기가 부족했다. 공기가 부족하면 사람이 살 수 없으니까. 어디부터였을까? 더는 묻지 않았다. 저마다의 시간과 공간과 삶이 있으니까. 우린 약속한 그 지점에서 만나 1시간의 설렘과 1시간의 불안함과 1시간의 슬픔을 함께 하기로 하고, 정확히 그 시간이 되면 또 다른 시간으로 이동해 새로운 설렘과 불안함과 슬픔을 맞는다. 그 설렘과 불안함과 슬픔이 쌓여 점차 그림자가 길어지면 알 수 없는 고리가 생긴다. 조금씩 두꺼워지는 고리. 끊어내기 힘든 고리. 고리의 흐름이 막히기 전에 선택해야 한다. 더 탄탄한 고리와 연약한 고리. 고리의 미래를 기약하지 않고 몇 발자국 나가 눈밭을 걷는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절대 돌아보지 않는다. '언제까지' '얼마나' '또' 그 애매한 설렘과 불안함과 슬픔들을 남겨두고 나는 걷는다.


202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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