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언덕 하나 없는 나지막한 섬 가파도에서
섬 어느곳이든 고개만 돌리면
제주 본섬과 마라도, 송악산, 산방산이 보인다.
빌딩 숲에 살고 있는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북적이는 인파 속에 있는 게 즐겁다가도
불쑥불쑥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치유 불가능한 감정기복 때문에
여행과 일상을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해발 20m의 소망 전망대가
가장 높은 곳이라는 그곳에 올라
색색의 오밀조밀한 지붕을 바라본다.
골목마다 치즈 고양이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
저절로 고양이에게 말을 걸게 되는 신비함을 겪게 된다.
서스럼없이 다가오는 고양이에게
'너는 좋겠다' 라는 말을 건네본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의 작은 창문에서
황금빛 보리밭, 섬의 한 조각을 담았다.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고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겪어야 하는 도시 생활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큰 기대 없이 떠났던 섬 일주
지는 해와 뜨는 해를 한번씩 보다보니
어느새 섬에 익숙해졌다.
민박집 사장님, 스낵바 호프 사장님,
마감시간이라며 쿠키와 따뜻한 차를 나눠주던
바다보리 카페 사장님
핫도그 가게 사장님과의 만남을 떠올려본다.
작은 말 한마디로 힐링을 나눠준 섬 사람들 덕분에
더 행복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