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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I May 26. 2023

보리밭에 부는 바람

작은 언덕 하나 없는 나지막한 섬 가파도에서





















섬 어느곳이든 고개만 돌리면

제주 본섬과 마라도, 송악산, 산방산이 보인다.

빌딩 숲에 살고 있는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북적이는 인파 속에 있는 게 즐겁다가도

불쑥불쑥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치유  불가능한 감정기복 때문에

여행과 일상을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해발 20m의 소망 전망대가

가장 높은 곳이라는 그곳에 올라

색색의 오밀조밀한 지붕을 바라본다.​


골목마다 치즈 고양이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

저절로 고양이에게 말을 걸게 되는 신비함을 겪게 된다.

서스럼없이 다가오는 고양이에게

'너는 좋겠다' 라는 말을 건네본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의 작은 창문에서

황금빛 보리밭, 섬의 한 조각을 담았다.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고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겪어야 하는 도시 생활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큰 기대 없이 떠났던 섬 일주

지는 해와 뜨는 해를 한번씩 보다보니

어느새 섬에 익숙해졌다.

민박집 사장님, 스낵바 호프 사장님,

마감시간이라며 쿠키와 따뜻한 차를 나눠주던

바다보리 카페 사장님

핫도그 가게 사장님과의 만남을 떠올려본다.​


작은 말 한마디로 힐링을 나눠준 섬 사람들 덕분에

더 행복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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