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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Aug 04. 2019

자리에 관하여

일단 앉으면 그만인 것을

유치원에 갈 때부터, 엄마가 항상 당부하던 말이 있다.


조금 일찍 가서, 맨 앞에 앉아.



그래서 그런지 자리가 정해지지 않은 곳이라면 가능한 앞에 앉는 편이다.


중학교 이후로는 키가 큰 편이라 앞자리에 앉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나니 또 앞자리를 선택할 수 있었다.


덕분에 강의를 혼자 들으러 가도 맨 앞에 앉는다. 맨 앞에 앉으면 강연자와 가까워서 좋다. 물론 뭘 꾸 시키는 분이라면 곤란하지만 통은 앞에 앉을수록 다른 이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강의에 집중이 능하다.



내가 집착하는 자리는 이 정도인 듯하다.


주차장 자리


주차를 할 때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춘 자리를 찾는다.   운전석 옆기둥일 것. 차는 점점 커지는데 비해 주차 구역은 그리 크지 않은 게 현실이므로 옆에 어떤 차가 주차하든 내가 다시 탈 수 있으려면 운전석 옆에 기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집에서 주차할 때는 트렁크 옆에 충분한 공간이 있을 것.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너무 멀지 않을 것.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자리를 누구나 다 탐낼 것 같지만 주차를 하다 보면 의외로 그냥 눈에 띄는 자리에 주차하는 털털한 성격의 사람들이 많다는 데 안도하게 된다. 나는 꽤 쪼잔하게 자리를 고르는 편이라 그런 이들이 부럽다.


카페 자리


카페 자리는 여럿보다는 혼자 혹은 두 명이 앉을 경우 더 까다롭게 고르게 된다. 일행이 많을 경우는 대화 소리가 조금 커져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도록 혼자 앉아서 공부하는 사람이나, 어린 아기가 있는 테이블 옆만 피하면 된다. 하지만 내가 혼자 앉는 우는 몇 배의 조건이 생긴다.


일단 앉아 있는 시간을 감안해 좌석이 편안한지, 그리고 문 옆이나 픽업 데스크 등 시끄러울 요소가 있는지. 또한 편안하지만 단체가 들어와 나를 방해할 만큼 넓은 좌석이 바로 옆은 아닌지. 가장 좋은 것은 이미 혼자 앉은 사람의 옆이다. 서로 조용할 수 있으므로. 그렇게 조용한 걸 따지려면 카페에 오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참기 힘든 소음을 만드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날카로운 목소리로 개인수업을 진행하는 사람, 아이에게 낭랑하게 책을 읽어주는 사람, 주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최대의 목소리로 대화하는 일행들. 그래서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이 필요한 것이다.


영화관 좌석


여러 명이 앉을 경우는 맨 앞만 아니면 별로 신경 쓰는 편이 아니다. 문제는 언제나 혼자 영화를 보러 갈 때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0944014


영화 타입별 명당자리를 참고해 신중하게 고르는데, 이때 중요한 요건은 통로 바로 옆이다. 한쪽이라도 갑갑하지 않도록 통로 바로 옆 자리를 사수한다. 또한 몰입을 위해 뒷자리보다는 중간 열에서 약간 앞쪽을 선호한다. 이렇게 예매를 마치고 나면 제발 옆이나  자리에 휴대폰을 계속 열어보는 사람이나, 대화를 많이 하는 커플이 오지 않기를 빌어본다. 그래도 요즘은 광고가 나올 때까지는 크게 떠들어도 본 영화가 시작하면 대부분 조용히 해 불편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


공연장 좌석


공연을 예매할 때는 위에 예로 든 그 어떤 자리보다도 마음에 드는 자리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경우는 무조건 앞자리, 무조건 중앙이다. 보통 원하는 자리를 얻기 위해 티켓 오픈 시간에 맞춰 예매하지만, 시간에 댈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인기 있는 공연은 몇 분 만에 매진인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이때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예매 사이트에서는 취소표가 자정을 기해 풀린다.(사이트 별로 차이가 있다) 이때를 노려 사정없이 새로고침을 하면 일단 자리를 얻을 수는 있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자리를 얻지 못하면 자리가 나올 때까지 매일 밤마다 반복하면 이동이 가능하다. 혹자는 그렇게까지 해서 자리를 얻어야겠냐고 하지만 이렇게 자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라고 하면 이상할까?



오늘도 마음에 드는 자리에 주차를 했다. 카페에서도 그럭저럭 편안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갈수록 이런 나만의 규칙을 버리고 싶은데 쉽지 않다. 그래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고를 수 있다면 계속 자리를 고르겠지. 자리에 신경 쓰지 않고 싶지만 쉽지 읺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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