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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Aug 11. 2019

1년 동안 수영을 했습니다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더 일찍 시작할걸

작년 8월 중순, 어느 날 갑자기 수영을 시작하게 됐다. 특별한 계기도 없이 그냥 상담하고 바로 등록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수영은 운명이었다는 생각밖에.


https://brunch.co.kr/@madamesnoopy/84

1년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수영장에 잠시 등록했다 사라진 많은 이들을 떠올리면 1년간 꾸준히 하고 있는 것도 완전히 별것 아닌 일은 아니구나란 생각도 든다. 수영 1년을 맞아 세 가지 키워드로 돌아본다.




#장비


솜씨 있는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보면 모든 것은 장비로 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처음 수영을 시작할 때는 수영복, 수모, 수경만 있으면 강습을 받을 수 있다. 수영장 등록 후 급히 온라인에서 구입한 3부 수영복과 마트 행사에서 고른 스판 수모, 그리고 집에 있던 수경을 가지고 첫 수업에 들어갔다.


입장 전에는 수영복 차림이 꽤 신경 쓰였으나 일단 들어가 보니 그건 정말 기우에 불과했다. 아무도 다른 이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몇 달 후 인사도 하고 눈에 익은 사람이 새 수영복을 입고 오면 예쁘다고 인사치레를 하거나, 또는 사려고 했던 수영복을 입고 온 사람에게 착용 소감을 묻는 게 전부다. 수영을 한다고 하면 '난 수영복을 입을 몸이 아니라서...'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정말 필요 없는 걱정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그러다 주 2회 강습에서 5회 강습으로 늘리면서 슬슬 새 수영복 욕심이 났다. 상급반의 어떤 분이 입고 다니는 5부 수영복이 괜찮아 보여 비슷한 디자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보라색을 구입했다. 처음에는 입기가 정말 어려워 사이즈를 잘못 샀나 했는데 검색 결과 그 브랜드는 원래 그렇다고 한다. 꾸준히 3달 정도 입고 나니 조금 편해졌다. 지금은 미들 컷의 탄탄이 수영복과 돌려가며 입는다.



오리발 올해 초 처음 사용하게 되었다. 강사님이 추천해준 초보자용 오리발을 샀는데, 온라인으로 사고 보니 신발과 달리 딱 맞게 신어야 하는 것을 넉넉히 사서 약간 헐렁했다. 이번에는 하체 훈련에 적합하다는 숏핀(짧은 오리발)을 사용해보려고 서치 중이다.


#노력


처음은 주 2회 강습으로 시작했다. 수영장에 다니는 것 자체가 큰 행사라, 새벽에 수영하고 출근하려면 여러 가지 부담이 됐다. 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수영이 빨리 늘지 않는 것에 불만이 생겼다. 같은 반에 실력이 빠르게 느는 분에게 물어보니 주 5회 강습을 받는다고 했다.


'힘들지 않을까, 괜찮을까' 고민하다 그냥 또 등록했다. 그것도 7개월째에 들어서니 생활이 되었다. 오히려 주 2회 반일 때는 빠지고 싶은 날도 많았는데 이제는 몸이 피곤해도 수영을 하면 다 낫는다.


https://www.instagram.com/p/BwNGOTPAhkR/?igshid=13vt3jug1ln5d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좀 나아졌다, 조금 빨라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강습 후 100m라도 조금 더 연습을 하고 오게 된다. 어차피 오래 할 운동이지만, 그래도 더 연습하면 약간이라도 나아지겠지 싶어 기분이 좋다.


이제 6개월 정도 사용 중인 센터 스노클도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물속에서 숨을 쉬면 코로 물이 다 들어가는 통에 3일 정도는 '과연 내가 이걸 사용하면서 수영을 할 수 있으려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사용법 영상을 찾아보고, 하루 종일 혼자 있을 때 스노클을 쓰듯 호흡을 연습했더니 곧 익숙해졌다. 역시 아무리 못하는 사람도 노력을 하면 어느 정도는 극복이 되는구나...


https://youtu.be/5pXAV2vK-F0



#사람


앞에서 다른 사람의 수영복 차림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새로 오는 사람은 눈이 간다. 보통 상급반, 연수반은 빠지는 사람도 거의 없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들고 나는 건 역시 초급반이다.


내가 처음 등록했을 때 수영을 할 줄은 알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초급반으로 시작했었다. 그때 비슷하게 진도를 나가는 사람이 두 명 더 있었는데 오리발도 같이 들어가고 실력도 거의 비슷해 의지가 됐다. 그런데, 어느 날 두 사람이 한꺼번에 수영을 그만두었다. 그러면서 나 혼자 진도가 안 맞아 중급반에 조금 빨리 가게 된 것 같다.


그 이후로 초급반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면 주로 2~3달 다니다 물에 뜨고 영법을 배우기 시작할 때쯤 많이 사라진다. 하지만 그 시기를 이겨내고 오리발을 구입하게 되면 마음속으로 계속 응원을 보낸다. '조금만 더 해서 올라오세요!' 어쩌면 상급반에서도 나를 보며 그런 응원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수영을 지속하게 해 주는 사람들은 바로 체력단련 단톡방 멤버들이다. 성장판 독서모임에서 파생된 모임인데 매일 그날의 운동을 카톡으로 인증한다. 사실 초기에는 여기에 인증하려고 수영을 빠지지 않은 적도 있었다.

역시 혼자서 운동하기보다는 서로 격려하며 운동하는 편이 오래갈 수 있다. 지금까지 운동은 혼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이하니 정말 좋구나...




고작 1년 하고 이런 말을 하나 싶지만, 힘들면 천천히 하면서 오래 수영하고 싶다. 앞으로 30년은 해야지 다짐하며 일단 5년만 버텨보기로 한다.


그리고 새 수영복도 곧 올 테니 빠지지 말고 수영하기로 다시 한번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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