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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르쥬 Aug 16. 2024

고양이집사 10년차, INTJ가 INFJ로 바뀐 사연

별고나 2024년 8월 16일 금요일

시간이 점점 빨리 간다. 10대보다는 20대가, 20대보다는 30대가, 30대보다는 40대가 하루가 짧은 느낌이다. 아마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먼저 나이가 들면서 인지 능력이 떨어지면서 시간의 흐름이 더 가속화되는 부분이 있는듯하다. 나머지 하나는 성인이 되면 어릴 때와 달리 새로운 경험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점점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관성적으로 새로운 걸 도전하기보다는 쉽고 편하면서 익숙한 것만 하려고 한다. 일상의 변화가 없으니 하루하루가 쳇바퀴 돌아가듯이 지나가게 되고 의미 심장한 순간으로 남기 어려워졌다. 


그런 측면에서 고양이라는 존재는 나한테 너무 소중했다. 무미건조했던 하루를 한층 더 생기발랄하게 만들어 주는 매개체와도 같았다. 고양이와 함께 동거하기 전까지는 나는 정이 없고 냉정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자본주의에 물들어가면서 약삭빠르게 이해 득실을 따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고양이와 함께 지내면서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다양한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필자는 유사과학에 불과한 MBTI를 맹신하진 않지만 INTJ에서 INFJ로 바뀐 건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라는 생각이 든다. 대문자 T에서 대문자 F로 가는 게 가능했던 건 전적으로 고양이의 존재 덕분이다.

아마 INTJ의 성향이었을 때 고양이와의 이별을 했다면 이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듯하다. 그래도 길고양이보다는 행복하게 살았을 테니 내가 할 일은 다했다는 식으로 자기 합리화의 논리를 펼쳤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고양이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었던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반전매력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지난 3월에 고양이 별로 떠난 '뀨'는 조건 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알려준 상당히 별난 고양이였다. 전혀 나와 연결고리가 없었고 간식 같은 걸로 유인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나를 본 그 순간부터 나를 환히 반겨주면서 항상 내 곁에 있으려고 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나한테 모든 것을 맡긴 것이었다. 인간은 태어날 때 부모, 형제와 같은 운명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묶이게 된다. 혈연이라는 것은 선택지가 없는데 이로 인해 다양한 불행이 생겨난다. "다 너를 위해서야", "네가 잘 되어야지" 이런 식의 문법은 사실 연결고리를 기반으로 한 생색이다. 자녀가 1등 되면 부모가 1등 부모가 되는 것이니 결국 자기중심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율배반적인 언행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분으로 인해 필자는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다. 고상하고 우아하게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편 가르고 급 나누는 언변이 너무 싫었다. 대표적으로 품격, 민도 이런 용도가 그러하다. 결국 남을 비하하고 자신을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레토릭에 불과한 것이다. 고양이와의 10년 동거를 통해 이런 부분이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고 이런 삶이 행복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케어를 해 주지 못하게 고양이 뀨가 갑작스럽게 고양이별로 가게 되면서 내가 가진 모든 게 무너져버렸다. 뀨는 참 단순하고 샘이 많은 아이였다. 워낙 평소에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이곳저곳 움직이다 보니 자잘한 사고를 많이 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몸이 작고 힘도 약한 3년 연상의 스코티시폴드 '뚱이'를 심하게 괴롭힌 적도 있었다. 너무 심할 때는 짜증을 내면서 훈육을 하기도 했는데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내가 손짓하면 바로 손에 얼굴을 비비곤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아마도 뀨는 '지금 이 순간 그토록 그리던 이의 품에 있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겼을 것이다. 이런 행복을 무참히 밟아버리고 태어난 지 6년 만에 종말을 맞이하게 만든 나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몰랐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식의 주변의 위로가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 왜냐하면 무지라는 핑계하에 죄책감을 씻어내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6년의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걸 줬던 뀨를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싶다. 


"뀨야... 뀨야... 너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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